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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썰 Nov 04. 2024

부안기행

20241102/토/맑음

#부안 #채석강 #해식동굴 #찐빵 #맛집 #슬지네

경주에 갈 계획이었다. 막상 가보면 또 좋을 테지만 몇 차례 다녀왔으니 여행지 재검토. 편도 두 시간 내외의 거리에 세 식구가 함께 가본 적 없는 곳. 무언가 하나는 새로울 것.

새로운 맛집을 찾아 부안으로.

기라성. 웅장한 이름과 달리 낡고 허름한 오래된 중국집. 주 메뉴는 비빔짜장과 돈가스. 돈가스? 응 돈가스. 세명이나 볶음밥까지 세 가지 메뉴를 시켰다. 실수였다.

돈가스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두툼하게 잘 튀겨진 내 손바닥 두 배 만한 고기가 두 장. 볶음밥을 엣스럽고 비빔짜장의 매콤함이 느끼함을 잡아준다. 돈가스는 말할 것도 없다. 가성비 갑. 만 이천 원짜리 돈가스는 결국 포장되어 숙소에서 아들의 저녁과 다음 날 아침 내 아침 반찬으로 긴 여운을 남겼다.

맑은 아침의 채석강은 자연이 준 선물이다. 비 내리고 흐렸던 어젯밤 밀물에 잠겼던 바위로 된 뻘은 잘 잔 아기처럼 뽀송하게 웃으며 우릴 반겨준다.

강이되 강이 아니다. 기암괴석들과 수천 수 만권의 책을 차곡차곡 포개 놓은 듯한 퇴적암층 단애. 중국의 채석강(彩石江)과 그 모습이 흡사해 채석강이라 부르게 되었다.

중국의 채석강은 이태백이 놀던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설이 기억났다. 긴가민가 검색해 보니…


이백은 귀양을 갔다 사면을 받고 방랑 중 종숙이던 이양빙의 집에서 6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채석강 얘기는 후대에 창작된 내용(야사)입니다.

해당 지역은 산이 높아 달이 강물에 안 비친답니다.


고~맙습니다. (너 때문에 흥이 다 깨져버렸으니까 책임져)

때론, 아주 때론, 먹고사는 일이 아닐 바엔 진실을 모르고 지나치는 게 낭만적일 때가 있다.


마실길을 따라 변산 서해랑길 구간을 한 오십 분 정도 걷는다. 철조망엔 자물쇠 대신 가리비 껍데기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머금고 바람에게 조잘거린다. 바다를 끼고 산길을 지나 펜션촌으로 들어서니 멀리 ‘명인’이라는 커다란 글자, 간판이 보인다. 바지락죽, 바지락비빔밥, 바지락 전. 바지락 삼총사가 점심. 깔끔하니 맛있다. 건강해지는 느낌은 덤.

온 길을 되걸어 항구에 도착하니 벌써 물이 많이 들었다. 저 멀리 요트들은 올 때 보다 더 멀리 갈매기만큼 많다. 고급 낭만.


어제저녁에 들렀던 슬지네로 다시 달린다. 부안 여행의 시작이라 자부하는 찐빵집. 빵이 다 팔리고 없어서 빈 손으로 숙소로 돌아왔던 그곳. 미련이라기보다는 식욕.

꽤 비싼 찐빵 다섯 개에 오디봉봉과 디카페인 아아. 유명한 이유가 있다. 돈 버는 이유가 있다. 찐빵이라 큰 기대 없었는데 명불허전. 부안의 성심당 느낌.


알찬 여행이었다. 부안. 여행하기 좋은 곳. 피규어 몇 개 챙겨서 사진 찍으러 한 번쯤 다시 오고 싶은 곳. 부안센트 반 고흐의 고장이라는 유머로 기억될 좋은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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