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7/목/화창
오는 길은 굽이굽이 산과 들, 밭, 하늘, 구름, 완연한 가을 오후의 평화로운 시골 풍경. 55분. 옆자리 아내는 조금 불편한 자세로 꿀잠을 잔다.
보말칼국수와 갈비만두, 짬뽕만두 세 개씩 섞은 반반 만두를 먹고 커피 한 잔 생각난다는 아내는 오기리카페를 권한다. 내비게이션에서 찾을 수 없다. 오가리카페니까.
55분 걸린다는 말에 커피 한 잔 마시러 가기엔 너무 멀지 않냐고 묻는다.
아주 오래전 개그콘서트 한 꼭지의 남자 개그맨 생각이 스친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잘 해석해야 한다. 가는 게 맞는 거 같다. 결혼 20년 차인데 아직도 어렵다.
한참을 인적 없는 시골길을 달려 초등학교 건너편. 내비게이션이 도착을 알렸는데도 자칫 지나칠 뻔했다. 오래된 창고와 농협건물 사이에 나지막한 건물. 딱 봐도 작은 창고를 허물고 세운 거 같다. 오가리 777. 출입문 앞에 ‘목, 금, 토 영업합니다.’라는 안내문에 오길 잘했다는 안도감과 주 3일 노동에 대한 부러움이 겹쳤다. 번지수가 카페 창업의 주요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과 퐁당… 아 그새 까먹었다. 아무튼 시그니처 메뉴인 시나몬 스틱과 작은 사과가 빠진 차와 라테를 한 잔씩 두고 아내는 책을(잠시 후 휴대폰을) 펴고, 난 태블릿을 세우고 그새 밀려버린 성경 나흘 치를 읽었다. 커피도 차도 맛있다. 오길 잘했다. 평화. 힐링. 나른함. 여유. 쉼.
가는 길은 굽이굽이 산과 들, 밭, 구름, 붉은색 붓질을 더한 하늘. 완연한 가을 저녁의 평화로운 시골 풍경. 55분.
오가며 들리기엔 너무 멀지만 한 번쯤 더 가보고 싶은 카페. 살면서 한 번쯤 운영해 보고 싶은 분위기의 카페. 또 가리 오가리 777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