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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0241201/일/때때로 흐림

by 정썰
#12월 #December

그 아무것도 없는 11월


/ 문태준

눕고 선 잎잎이 차가운 기운뿐

저녁 지나 나는 밤의 잎에 앉아 있었고

나의 11월은 그 아무것도 없는 초라한 무덤에 불과하고


오로지 풀벌레 소리여

여러 번 말해다오

실 짓는 이의 마음을


지금은 이슬의 시간이 서리의 시간으로 옮아가는 때

지금은 아직 이 세계가 큰 풀잎 한 장의 탄력에 앉아 있는 때


내 낱잎의 몸에서 붉은 실을 뽑아

풀벌레여, 나를 다시 짜다오

너에게는 단 한 타래의 실을 옮겨 감을 시간만 남아 있느니


… 을 보낸 시인에게 12월은 어떤 의미일까?

그 아무것도 없는 12월을 보내지 않기 위해 12월은 좀 더 시처럼, 철학적으로 살아볼까?

한 살 더 먹기 위한 준비. 일 년 더 늙은 노땅이 아닌, 한 해 더 묵은 숙성한 삶이 되도록.

한계를 정하는, 한계를 긋는, 분수를 아는, 분수를 따르는 연습의 한 달. 끝이 아닌 시작의 한 달.

한 타래의 실을 옮겨 감을 충분한 시간. 잘 짜보자.


p.s. 로마인이 최초로 정리한 달력은 10월밖에 없었고, 그중에서 10번째 달에 라틴어에서 숫자 10을 나타내는 Decem을 붙인 것이 December의 기원이다.

중간에 달력이 12월로 늘어나면서 현재의 January인 Ianuarius와 현재의 February인 Februarius를 추가하게 되어 뒤로 밀려났다.

로마인들도 새로 이름을 정하기 애매했는지 December를 그대로 12월로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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