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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 생각, 의심.

20241205/목/맑은 후 흐리다, 비

by 정썰
#계산 #생각 #의심

쿠데타. 프랑스어로 정부에 일격을 가한다는 뜻으로, 선동을 통한 군대 등을 이용한 무력(武力)으로 정권을 무너뜨리거나 빼앗는 일을 통상적으로 지칭하는 단어. 보통 내부적으로 정권이 불안한 상태에서 발생, 지배계급내부의 단순한 권력 이동이 이루어지며, 체제 변혁을 목적으로 하는 혁명과는 구별된다. 다른 표현으로는 정변(政變)이 있다.


정권수호적 친위 쿠데타 - 대중질서의식과 효율성을 증진시키고 부패를 종결짓기 위한 목표로 하며, 보통 권력자가 권력구조개편이나 권력분산에의 주안점을 두지 않고 진행되는 쿠데타. (1772년 구스타프 3세, 1972년 대한민국 10월 유신)


-위키백과에서 발췌


쿠데타 하면 떠오르는, 지금은 저명한 재즈 피아니스트가 된, 고향이 대구인 여사친이 하나 있다. 5.18 관련 책을 읽고 동기들과 의견을 나누던 대학 새내기 시절. 그 친구가 감정이 격해진 어조로 쿠데타를 '쿠티티'로 발음했다. 이를 놓칠 리 없는 장꾸 부산 머스마가 꼬투리를 잡으면서 꽤 오랫동안 '쿠티티'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렇게 웃음 짓는 추억 속의 쿠티티가 친위쿠데타로 정색을 하고 지금 내 앞에 섰다.


뉴스를 통해 드러나는 사실들과 평론 영역의 온갖 추측들 속에 하루를 보낸다. 상식적이지 않은 시간적 전개에 대해서는 계획상의 착오가 설명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갸웃거리게 되는 국면들, 그리고 전망. 그리고 이런 현실적인 해석보다 깊고 타당한 철학적 접근.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계엄에 쉽게 동조할 수 있었던 과거의 부역자들과 역사를 통해 의심하며 쉽게 부역하지 않으려는 젊은 세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아닌 계산으로 빌붙는 낡은 부역자들.


동학혁명, 삼일운동, 5.18 민주화 운동에서 선열들이 목숨을 바쳐 일깨워준 의심의 시간이 준 지연된 30분이 최악의 계엄상황을 막았다는 철학적 접근은 신선하고 심오했다.

살 떨리는 철학적 해석들. 철학의 쓸모.


생각이 계산을 이긴다. 의심이 계산을 극복한다. 통계학 전공자에 주산(암산) 2단의 유단자이지만 계산하지 말고, 생각하며, 의심하며 살자.


2014년 4월 이후로 '가만있으라'는 말에 따르지 않겠다고 다짐한 세대라고 밝힌 대학 새내기의 글에 눈물이 왈칵 솟아오를 뻔 한, 어른으로 한없는 부끄러웠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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