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寒, 겨울밤의 꿈

20241204/수/맑음

by 정썰
#아저씨(아! 저 …씨…) #빌런

‘24.12.3 열 시 삼십 분 직전 비상계엄 선포’

서울 사는 대학선배님 SNS 포스팅 앞단 두 줄.


쉬는 날. 이유 없이 피곤해서 평소보다 조금 일찍 자려던 참이었다. 뉴스 속보를 찾았다. 침실에 켜진 TV에서는 정규편성 프로그램이 평온하게 흐르고

너튜브 한 채널에서 담화장면을 볼 수 있었다.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


설마. 딥페이크 아냐? 일부 지상파에서 관련 내용이 나오는 걸 보니 그건 아닌 거 같다.

뭐지? 어떻게 되는 거지? 아내와 잠시 설왕설래. 이내 잠이 들었다.

이유 없는 피곤함에. 핑계하고는.


간만에 푹 잤다. 꿈도 꾸지 않았고, 평소처럼 새벽에 한두 번 깨지도 않았다. 뭐지?

반민주 꼴통 부부는 염치없이 평온한 아침을 맞았다. 감사한 마음 반, 죄송한 마음 반.


꿈을 꾸진 않았지만 잠들기 전 머릿속엔 머리 긴 전두환, 병역미필 전두환이 그려졌다.

도대체 무엇을 꿈꾸는 건가? 제정신인가? 이상한 꿈에 취해 사는가?

저 어설픈 자와 그 어설픔을 조정한 자, 그 어설픔에 동조한 자들. 모두 화 있을진저.


느닷없이 긴 겨울을 맞을 뻔했던 아찔한 밤을 지나 다시 오늘부터 1일.

하루하루 더 친절하게 알차게, 더 소중하게 여기고 감사하며 살기로.

차가워진 아침 공기가 햇살에 따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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