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31/금/살짝 흐렸나?
잠시 피난? 오신 어무이께 내 방을 내드리고 며칠째 거실과 주방 사이 식탁에서 거주 중이다.
백팩(backpack) 성애자였다. 각이 잡히고 양쪽 어깨에 무게를 균형 있게 나눌 수 있는 가방.
아들 녀석이 탄산음료 다이어트를 선언한 후 애매하게 남은 포인트를 쓰려고 주문한 에코백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각을 포기하니 가방의 쓸모가 커지고 스트레스가 줄고, 자유가 확장되었다. 여기에 태블릿, 다회용 개인 컵, 충전기 등만 넣으면 어디서나 시간을 견딜 수 있게 되었다. 태생이 농경에 어울리지만 유목민처럼 살고 싶어졌다. 언젠가부터, 가끔씩. 아직 소유할 자잘한 물건들이 방을 가득 채우고 있지만 애착은 조금씩 묽어지고 있는 거 같다. 너무 늦어버린 거 알지만, 그래도 노마드의 자유, 노마드의 낭만을 꿈꾼다. 고작 방에서 벗어난 며칠새 살짝 노마드의 기분을 느낀다.
SNS 계정은 꾸준히 유지하고 규칙적으로 포스팅하고 있지만 삼 년 전에 프로필은 다 지웠다. 퍼스널 브랜딩을 향해 악착같이 끌어 모아 둔 학력, 경력이 어느 순간 무의미해졌다. 그냥 온전한 나로 브랜딩해야겠다는 노선 전환이 아닌 브랜드를 포기한 편에 가깝다.
노마드, 노브랜드로 내가 바라는 나를 찾아가야지. 1월을 넘겼다. 이제 3개월 남았다. 매일 그리고 쓰는 일. 그 시간 동안 내 모습이 조금 더 또렷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