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30/목/대체로 맑음
그림자는 겹치면 더 어두워질까요?
결국 아무것도 모른 채 끝나나 봅니다.
바(식당? 선술집?) 여주인 마마의 전남편은 영화 속 주인공 히로야마에게 물었다. 그리고 자답했다.
생각해 보니 투명한 물체가 겹치면 그림자가 더 어두워졌던 거 같다. 투명한 물체만 그랬던 거 같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木漏こもれ日び)을 매일 필름에 담던 히로야마에게 그림자는 어떤 의미일까?
결국 아무것도 모른 채 영화가 끝났지만 그가 살아간 도시의 풍경과 사람들, 그리고 음악은 그림자처럼 남았다. 겹치고 겹쳐 진하게.
단골로 가는 식당, 책방, 목욕탕, 사진관, 늘 동전을 넣던 자판기, 늘 물가루를 뿌려주던 화분(컵)들.
늘 먹던 그 음식, 늘 마시던 술, 늘 읽던 책, 늘 찍던 사진, 늘 듣던 노래, 늘 하는 일.
차분한 화면 속, 반복되는 듯 미세하게 다른 하루하루가 겹쳐 결국 완벽한 날들. 그리고 완벽한 영화.
‘당신 오늘도 거기 있군요, 나도 여기 있어요' 하는 것 같은 순하고 잔잔한 눈길,... 그 거만하고 쓸데없이 자아가 비만했던 시절의 그림자.
영화 칼럼니스트(이하영)처럼 멋들어지게 표현하지 못하지만.
히로야마를 보며 조현우 선수가 떠올랐고 , 개그우먼 이은형을 닮은, 공원 벤치에서 샌드위치를 먹던 여자가 기억에 남았지만.
“콘도(こんど)와 콘도, 이마(いま)와 이마”(다음은 다음, 지금은 지금), 배경음악으로 흐르던 아는 노래 Pale Blue Eyes를 흥얼거리며 잠시, 아주 잠시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의 부분이 영화처럼 흐르는 완벽한 순간을 경험했다.
Sometimes I feel so happy, sometimes I feel so sad.
오랜만에 먼지싸인 감성을 청소 중.
당신의 푸른 눈동자를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