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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다시 12화

#노래

#김광석 #찬찬찬 #피노키오 #지오디 #성시경 #IAM #Dreamers

by 정썰

기 다려줘어, 기 다려줘

내가 그~대를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히 기 다려줘어

기다려줘 내가 그~....여기서 삑사리가 난다.


김광석을 좋아했다. 그의 노래를, 그의 이야기를. 기억이 가뭇한데 학창 시절 그가 라디오 DJ였었는지, 내가 즐겨 듣던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에 게스트로 출연을 했었는지(아무래도 후자가 맞는 거 같다.) 모르겠지만, 그의 입담도 좋아했다.

노래 부를 일이 없었다. 한동안.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힘들면 힘든 대로 노래는 많고 많은데, 이상했다.

어색했고, 낯설었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흥얼거릴 만 한데, 그조차도,

입이 말라버렸다.


타고난 마니아적인 열정이 없을뿐더러 음악적 자질도 부족했으니, 그저 남들 다 좋아하는 유행가 위주로 듣고 따라 불렀다. 그중에 삶의 곡선을 가로질러 만나 마디로 맺힌 노래 몇 곡이 있다.

그 노래를 들으면 그 시절이 떠오르는, 그 시절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멜로디와 가사들.

마이마이나 워크맨으로 한껏 부풀었던 중고 학창 시절 용돈 모아 사 듣던 이문세의 '붉은 노을', 이승철의 '마지막 콘서트', 연애라는 걸 해도 될 거 같았던 대학 신입생의 가슴을 후벼 파던 피노키오의 '사랑과 우정사이', 친구 찾기 밴드로 다시 만난 여사친이 테이프에 녹음해 건네어 준 god의 '거짓말', 아내를 만나 노래방에서 끼 부리며 불렀던 성시경의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두 번째 천리행군 내내 귀에 맴돌던 애즈원의 '천만에요', 특이한 음색에 취저 가사로 아들과 함께 좋아한 Zion.T의 '꺼내먹어요', BewhY의 'Forever', 박재범 노래인 줄 알았던 NELL의 '기억을 걷는 시간'(TV 프로그램에서 박재범이 부르는 걸 처음으로 듣고 반해버린).

그리고 가끔 있던 술자리 모임 후 노래방 퍼포먼스를 위한 레퍼토리.

'찬찬찬', '사랑했지만', '발걸음', '넌 남이 아냐', '그대에게'.(이 중에 돌려가며 두 세곡 부르면 누군가 꼭 015B의 '이젠 안녕'을 급하게 선택하고 떼창으로 부른 후 파하곤 했다.) 이 많던 노래들.


말라버렸다. 성대가 퇴화해 버렸다. 기쁨도 슬픔도 아니 무중력의 감정으로 살아야 용서가 될 거 같은 자기 성찰. 음치, 박치가 아닌 감정치(感情癡)로 살았다. 흥치(興癡), 몽치(夢癡), 삶치가 되어 버렸다.


너는 누군가의 Dreams come true,

제일 좋은 어느 날의 데자뷰,

머물고픈 어딘가의 낯선 뷰

I'll be far away

That's my Life is 아름다운 갤럭시

Be a writer, 장르로는 판타지

내일 내게 열리는 건 big big 스테이지 (IVE, I AM, 작사 : 김이나)

딱딱 떨어지는 가사의 라임에 감탄하며 누가 작사했는지 궁금해지고, 어떤 그룹인지도 알고 싶었다. 스쳐가던 노래가 귀에 걸렸다. 외계어처럼 느껴지던 걸그룹의 주문이 나에게로 와 노래가 되었다.

늦은 밤, 미술학원 마치고 조수석에 앉은 아들과 선루프를 포함한 모든 창을 열고 하상도로를 달리며 함께 부르는 노래는 소중한 낭만이다. (힙합 마니아인 아들은 유재하, 엘비스도 좋아하게 되어 함께 부를 노래도 늘었다.)

'내가 그~대를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줘, 기다려 줘, 내가 그~' 에서 다시 삑사리. 괜찮다. 삶을 외쳐 부르다 삑사리가 난 지금도 괜찮다. 다시 부르면 된다. 다시 부를 거다. 될 때까지? 아니, 정 안되면 한 키 낮춰 부르면 되지.


청하와 christopter의 감미로운 듀엣곡을 만났다. (참 일찍도 만났다.) 가성을 쥐어짜 따라 부른다.

Oh When i get old

I'll be looking back

Wishing it could last forever

Oh yesterday

Seem so far away

'When I get old'.... 누가 'Now'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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