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17/월/맑음. 미세먼지 나쁨.
설거지와 분리배출, 음식물 쓰레기 처리는 내 몫이다. 남은 음식물 처리는 원래 내 몫이었고, 못 먹는 음식물 처리도 맡았다.
출근시간이 느지막하니 아침 먹고, 설거지 가뿐하게 할 여유가 있다.
내가 먹은 식기를 먼저 씻기 시작했을 때 아내가 아들이 먹던 밥공기를 싱크대로 가져와 조금 남은 밥을 개수대 수채에 버리려다 밥공기를 놓쳤다.
절호의 기회다. 놓치지 않았다.
‘이런 거 하지 말고 그냥 숨만 쉬어’
며칠 전 구박을 그대로 돌려준다.
원수를 갚는 게 복수다. 영화와 드라마의 주요한 모티브. 때로는 삶의 동력. 잘 사는 게 최대의 복수라며 자신을 다그친다. 과연 그럴까?
군에서 접했던 ‘자살예방백서’(정확한 제목인지 확신은 없다)에서 대부분의 자살은 복수를 목적으로 한다고 했다. 죽고 싶도록 복수하고 싶은 대상에게 복수할 힘과 능력이 없을 때 마지막 수단으로 죽음을 택한다고. 유서에 빼곡히 남겨 복수를 세상에 양도하는 거다.
잘 사는 게 최대의 복수라고 실패한 연애에, 뒤로 밀린 루저에게 위로랍시고 되새겼다. 부질없다.
어떤 얼빠진 대통령은 사적인 복수를 위해 공권력을 쓰려했다. 얼척없다.
‘숨만 쉬고 살면 좋겠다’. 진심이 묻어있다.
실패다.
복수, 이까이 꺼 대충 버리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