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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북이도 봄

20250314/금/맑고 따듯

by 정썰
#먹북이 #봄

봄날 같은 하루다. 먹북이가 먼저 느낀다. 봄이 오는 걸. 겨우내 잘 먹지 않던 먹북이가 입맛이 도나 보다. 유치원생 아들 녀석이 마트에서 찜한 녀석은 일찌감치 친구 하나를 먼저 보내고 무럭무럭 잘도 자랐다. 아들 녀석 손바닥 보다 작던 녀석이 이제 내 손바닥 보다 크다. 몸집은 커졌는데 녀석의 집은 더 작아졌다. 커다란 유리 어항이 금이 간 후로 작은 플라스틱 정리함에서 자랐다. 그 흐릿한 벽에 머리를 들이밀며 계속 제자리 헤엄을 친다. 열심히. 봄이 왔다는 소리다. 녀석의 생각을 알 수 없다. 알 수 없어서 차라리 낫다. 녀석이 원하는 바를 알게 돼도 해 줄 수 없으니 짐짓 모른 채 하는지도 모른다. 생태계 교란종은 왜 돈을 받고 팔았는지 어디 놔줄 데도 없고, 생태공원에 가져다주면 키워줄 줄 알았는데 안락사 비슷하게 보낸단다. 한창 헤엄을 치는 게 먹이를 찾는 건가 싶어 거북이 사료를 띄워준다. 아차 좀 많았나 싶었는데 금세 다 먹었다. 봄이다.


마당 한쪽에 연못을 파서 살게 해주고 싶은데 그때까지 살지 모르겠다. 아니, 마당 있는 집에 살지 몰라 늘 미안했다. 잠시 몸집에 비해 비교적 넓었던 어항에서 둥둥 떠 헤엄치던 모습에 뿌듯했었다. 그 후론 내내 미안하다. 그래서 쉬는 날 당근에서 이동식 욕조를 하나 얻어다 발코니(베란다 아니다 발코니가 맞다) 한쪽에 두었다. 오늘 같으면 낮에 물 받아 넣어주면 좋았을 텐데. 다음주는 또 꽃샘추위라는데…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다. 먹북이가 욕조에서 둥둥 떠 헤엄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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