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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5/토/맑고 따듯

by 정썰 Mar 15. 2025
#영화 #숨 #포스터#영화 #숨 #포스터

숨이 차오른다, 가자

내가 맨 처음 뛰기 시작할 때부터

준비했던 산행길을

매번 숨이 차오를 때마다

포기했던 그 다짐을

숨이 차오른다, 가자

워어어어어어

숨은 내일이면 다 차올라

아 아 아

그걸 놓치면 절대로 못 가

숨이 차오른다, 가자


장기하는 달이 차올랐고, 난 숨이 차올랐다.


미세먼지 핑계, 종아리 통증 핑계로 사흘만인가? 나흘만이다. 오전에 기분 잡치던 미세먼지도 바람에 날아가고 봄볕이라 점심밥 대신 점심런.

라운지를 나서자마자 오르막을 달린다. 청향로 정점에 오를 때쯤이면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내리막을 걷다 굴다리부터 또 달려 부모산 초입 불란서 커피숍, 겟동뫼 염소탕집 직전까지 또 달린다. 내렸던 숨이 또 꽉 차 오른다. 부모산 초입까지 또 걷는다. 호흡이 너무나 가쁘지만 멈춰 쉬지 않는다. 걷는 게 쉬는 거다. 달리는 자에겐 걷기가 쉼이다. 시베리안 칩멍크 서식지 간판까지 또 달린다. 연화사 초입 굽이길부터 걷다가 오르막 직선길에서부터 연화사 마당까지 또 달린다. 심하게 꺾어 올라 가로수 도로가 보이는 굽이까지 또 쉬며 걷는다. 부모산 정상 마지막 포장길을 다시 달려 오르면 살았다. 네 번 죽을뻔하다 살았다. 숨이 차오르는 건 살아있다는 거고, 볼때기까지 차 오르면 뭔가 열심히 산거 같아서 뿌듯하다. 숨이 넘어갈 거 같은 고통에서 느끼는 희열이랄까.


영화 ‘숨‘에 대한 평론을 들었다. 부자일수록 숨을 놓는 게 힘겹다고 했다. 힘들게 죽는다는 말이다. 삶과 죽음에 대해 조금 더 친해지는 나이 쪽으로 흐르고 있다. 삶은 계속 궁금하지만 죽음이 마냥 두렵지마는 않다. 숨이 차게 달리고 돌아와 가뿐 숨을 몰아쉬며 숨에 대해 잠깐 또 생각했다. 그리고 강렬했던 영화 포스터가 떠올랐다. 잘 살자. 잘 죽기 위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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