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25/화/뿌연 봄날
오랜만에 천안에서 근무했다.
여행 같은 출근길을 포함한 낯섦이 주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많다.
늘어난 출퇴근 시간, 무료주차를 위해 두 시간마다 차를 뺐다 들어와야 하고, 화장실이 멀고,... 멀다. 생각해 보니 단점이 그리 많지는 않군.
평소보다 30분 정도 일찍 출근했다. 똑같은 절차지만 눈과 손에 설어서 영업준비에 시간이 더 든다. 평일 치고는 문의 전화도 많았고, 매출도 있었다.
방문 고객은 총 세 팀. 그중 둘이 바람이었다.
이곳의 바람은 청주의 바람과 사뭇 다르다. 청주의 바람은 소심해서 문을 살짝 밀다가 종소리에 놀라 도망간다. I형 바람.
천안의 바람은 E형. 앞뒤문을 동시에 밀어붙이면서 요란한 종소리와 함께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쓱 둘러보고 급하게 빠져나갔는데 상담 테이블에 있던 팸플릿을 가져갔는지 몇 개가 떨어져 어수선하게 흔적을 남겼다. 두 번씩이나.
요즘 들어 바람은 유난히 거칠어졌다. 남쪽의 바람은 불같이 타올라 꺼지지 않는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입에는 욕이, 마음엔 짜증이 늘었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피곤하고, 예민하고, 불안하다. 평소 조심스럽던 욕설이 툭툭 튀어나온다. 걱정이다.
남쪽의 산불은 빨리 잡히고, 한남동 발암물질도 하루속히 다시 잡히길… 바람은 좀 잠잠해지고, 민주시민들의 바람은 빨리 이뤄졌으면. 간절히 바람.
손님과 전화가 줄줄이 몰아치는 바람에 두 시간의 타이밍을 한 번 놓쳤다. 그 바람에 날아간 주차요금 5천 원. 잊자. 암 걸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