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에 대하여
소나기처럼 짧고 강렬한 기억 속
잔망스럽던 소녀애를 보낼 때처럼
스물네 해의 짝사랑,
옆집 살던 '엘리스'가 떠났을 때도*
생면부지 내 가슴엔
낮은 휘파람이 길게 스쳤더랬다.
마사**가 빨간 방문을 닫고
초록 배드에 노랗게 피어날 때도
휘파람이 불었지만
어릴 적만큼 서늘하진 않았다.
성큼성큼 다가서는 죽음을 손에 들고
이대로 당하고 있지만은 않겠다
던
결기는
야위어 가냘펐는데
마땅히 죽어야 할 거 같았던
혈기왕성했던 두 번의 분노와
이젠 죽어도 될 거 같았던 쇠약한 중년의 한 순간을 거쳐서인지
서글픔도, 애달픔도 희석돼 있었다.
어쩌면 옆방에 살지만 마주칠 일 없었던 이웃과
난 조금씩 더 친해지다가
마지막 그날
문을 열고 그를 맞이하리라
산뜻하게 차려입고
봄날의 햇살과 함께
* Living Next Door to Alice : 영국 록밴드 스모키의 대표곡
** The Room Next Door (2024년 개봉. 미국 영화)의 주인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