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분(秋分) 전야

by 정썰

느닷없는 추븐* 밤

이 지나면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진다고


이제

낮은 짧아질 일만 남았고

밤은 길어질 일만 남았는데

둘은 다투지 않고

득달같이 달려들지도,

악착같이 버티지도 않고

하얀 여백에 번지는 먹물처럼,

밤바다 모래알 사이로 스미는 밀물처럼

시나브로 늙어갈 일만 남은

쉽사리 잠들지 못하는

밤.




* 경상도 지역에서 '춥다'를 변형해 사용하는 사투리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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