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2/금/화창/미세먼지 상당히 나쁨/기분은 상당히 좋음
난 대만으로 퇴근한다.
책 제목은 아니다. 책 제목쯤 되려면 '매일' 정도가 붙어야겠지. 사실 아직 여행의 맛을 잘 모른다. 생활 여행러 아내를 만난 덕에 짐꾼으로 따라다닌 게 경력의 대부분이다. 여행을 꿈꾸지만 적극적, 주체적 관여자가 아닌, 샤이여행자 정도. 아무튼 쿨하고 스웩 있다. 대만행 퇴근이라니.
존경하는 인물은 안중근 장군, 안창호 선생이다. 이런 분들처럼 살고 싶었지만 깜냥이 안된다는 걸 일찌감치 알아버렸다. 그냥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하는 팬으로 남았다. 영화 '영웅' 관람과 최훈 작가의 '하얼빈' 일독이 최근의 덕질. 대학생이 되면 첫 여행을 '하얼빈'으로 가자고 아들과 약속했더랬다. 안중근 장군은 아들에게도 영웅 일 순위. 또 다른 현실 영웅 백종원 씨가 하얼빈 음식여행으로 녀석의 입맛에 불을 질렀다. 하얼빈으로 가즈아!!
남의 여행은 쉬워 보이지만, 내 여행에는 늘 걸림돌이 생긴다. 돈과 시간, 그리고 그 밖의 문제들. 하얼빈은 멀기만 하다.
특가 비행기값을 노린 아내의 결단으로 가족 대만여행 계획이 잡혔다. 숙소부터 여행 일정, 처음부터 오늘까지 아내가 다 준비했다. 정작 아내는 이런저런 상황이 바뀌면서 표를 접어 비행기로 날려 보냈다. 그날부터 아내는 걱정에 땅이 꺼진다. 급기야 아들에게 여행 관련 정보 전달을 시작했다. 난 또 짐꾼으로 갈지도 모른다.
대만 여행은 두 번째. 오래전이라 기억에 없다. 다만, 아들과 둘이 갔던 지난 시즈오카 여행처럼 기억에 남는 여행으로 돌아와야겠다는 각오는 새롭다. 잠시 후 청주공항으로 간다. 청주라이프.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이 문득 떠오른 건, 오랜만의 여행에 감성이 충만해져서일 거다. 아재의 허세 정도?
p.s. 타이완 러키랜드 신청. 운이 좋으면 여행비 20만 원가량을 지원받을 수 있다. 내일 일기 제목은 아마 '잭 팟'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