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20240413/토/흐리다 맑음/ 대만여행 1일 차

by 정썰
#타이페이101 #아이스아메리카노 #편의점 #캔맥주

타이베이에서 아침을…

16층 호텔방 창에 담긴 이국적인 아침풍경에 전날(정확하게 말하자면 6시간 전까지)의 피로가 조금 풀렸다. 오랜만의 여행은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만들고, 예상보다 한 시간 정도 늦게 공항을 출발해서 오전 3시 정도에 늦은, 아니 이른 체크인. 6시간 정도 눈을 붙였다. 가방을 하나씩 나눠 매고 길을 나선다. 일단 숙소 근처 메가시티 지하로. 가장 대만 스러운 비주얼을 찾아 자리 잡았다. 연륜이 느껴지는 사장님은 벽에 붙은 사진에서 하나를 권하시며 ‘오이시’ 하신다. 아시아 쪽 여행 때마다 난 현지인에게 일본사람으로 오인된다. 억울하다. 새우가 들어간 동글동글한 새알 같은 게 쫀득한 소스에 담겨 나왔다. 면요리 하나와 튀김요리까지 추천메뉴로 배를 채웠다.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배만 불러. 값은 저렴했다. 다시 새알만 한 슈크림 빵으로 입가심을 하고 나온다. 들어오는 길에 본 유명한 딤섬집엔 아직도 줄이 길다. 80분이던 대기시간이 110분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내의 역할은 아들이 대신한다. 스마트폰에 지도를 띠우고 검색을 곧잘 한다. 엄마와의 지난 일본여행 때 망설이다 사지 못한 옷가게가 다음 목적지. 지하철을 타고 원숭이가 그려진 브랜드 매장을 찾았다. 호기롭게 여행 중 한 번뿐인 엄카찬스를 소진하고 나와서 매장 앞 인증사진을 찍고 돌아서니 ‘타이베이 101’이 코앞인 듯 보인다. 어차피 오늘 일정은 정해진 목적지가 없었다. 다시 지도를 켜고 걸었다. 그리고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지치고 배가 꺼질 때쯤 도착. 생각보다 더운 날은 아니었지만 1만 2 천보의 행군에 차가운 카페인이 심하게 당겼다. 지하 1층. 어렵게 빈자리를 찾아 마주한 아아 한 컵은 오아시스였다. 오~아이스시 아메리카노~!!


다음 목적지는 지하철 안 노선도에서 본 ‘용산사’. 사찰과 사원이 섞인듯한 묘한 비주얼. 즉흥적인 방문에도 높은 만족도. 별 5개 중 4.5. 저녁은 미리 검색해 둔 곱창국수. 버스 체험을 원했지만 30분 넘도록 소식이 없어서 다시 지하철로 이동. 헉. 줄이 장난이 아니다. 예전 같았으면 포기하고 근처 다른 메뉴를 찾았을 텐데, 이번 여행에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가성비 높은 맛집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도 식당은 따로 홀이 없고, 주문과 계산을 동시에 하고 컨베이어 벨트를 탄 듯 이끌려 가면 개방된 주방에서 바로 일회용 용기에 담아주는 회전이 매우 빠른 시스템이다. 메뉴도 그냥 large or small. 30분 이상 각오하고 선 줄은 15분 만에 줄었고, 둘은 길가에 선채로 게눈 감추듯 국물까지 순삭. 주말이라 많은 사람들. 걸음걸음 흥겨움이 차이고 패스에 패스 끝에 내 발끝에 맞고 골인! 리듬 탄 김에 야시장까지 들를까 하다 의기투합. 숙소행. 2만 보 걸었다.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대만맥주 한 캔과 제로콜라 한 병. 이른 귀가 후 씻고 마무리 건배. 이건 또 하나의 오아시스. 힘들었지만 알찬 하루를 걸어 도착한 행복. 대만여행 1일 차는 이렇게 저문다.


p.s. 내일 일기 제목은 모르겠다. ‘잭팟’은 무슨…

keyword
이전 10화퇴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