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라이딩

20240410/수/맑음/ 제22대 총선 본투표일

by 정썰
#제 22대 총선 #투표 #대한민국 #라이딩

졸린 눈을 비비며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여느 때와 같이 러닝화가 든 가방을 들고, 신분증을 챙긴다. 지하주차장을 통해 아파트 단지 내 체육관으로 간다. 신분증을 챙긴 이유는 오늘이 총선 투표날이고, 지역 내 투표장이 체육관이기 때문이다. 운동복을 입은 건, 혹시 운동할 여지가 있을까 해서다. 없다. 운동하러 갔다가 투표만 하고 돌아왔다. 대기줄이 없기도 했지만, 순식간에 투표소를 나왔다. 고민 없는, 준비된 유권자.



퇴근 후 실시간으로 개표방송을 보고 있다. 이번에도 50%는 그렇다. 빨간 동그라미 안에 빨간 점 복자. 민심은 천심이니 그럴듯하다. 마르지 않을 거 같은 선명한 붉은색은 생명이자 준엄한 경고다. 꾹꾹 눌러 찍은 건 찬성과 응원이면서, 권력의 주위에서 맴도는 똥파리를 찍어 누르는 울분의 엄지다.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시청 중이다.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공정과 상식이 일부의 공정과 일부의 상식이 아닌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살고 싶다. 내 아들은 좀 더 맑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살길 바란다. 그 어느 때보다.



빨간 날이지만 출근했다. 출근길에 라이더를 본다. 자전거 타기 좋은 날씨다. 페달을 밟지 않으면 자전거는 멈춘다. 내리막길이 아닌 이상. 오랜 시간 오르막길로 느껴졌다. 게다가 아무리 밟아도 제자리인 거 같았다. 오늘 내 한 표는 힘겨운 페달질이다. 내리막은 아니더라도 평지라도 빨리 나왔으면. 굴러라 빨간 바퀴야!

자전거를 타는 일을 라이딩(riding)이라고도 한다. 라이딩은 레슬링에서 말을 타듯이 상대편의 몸 위에 올라가서 누르는 기술이라고도 한다. 라이딩당하고 살았다. 힘이 없음에 한탄했고, 보잘것없음에 속으로 울분을 삭였다. 소심한 반격이다. 타격감이 있었으면 좋겠다.


라이딩하기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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