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길

20240408/월/맑음 + 꽃비 (초미세먼지 나쁨)

by 정썰
#윗마을 #골목 #표지판

점심시간 워킹 루트는 이렇다. 언덕길을 따라 올라 마을을 지나 고개를 넘고 굴다리를 통과하면 부모산 진입로. 완만한 경사로 포장된 구불구불한 오르막길. 한참을 오르면 작은 사찰이 나온다. 사찰 마당을 가로지르면 산길. 산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오른쪽으로 시내 전망이 펼쳐지고 왼쪽으로 굽이쳐 조금 더 오르면 흔적만 남은 옛 성터. 조금 더 오르면 체육공원. 거기서 돌아내려와야 한다. 6 천보, 45분쯤 걸린다. 휴무일을 빼고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코스를 걸을 계획이다.


걷기는 뜻밖의 즐거움을 준다. 부모산에는 한두 번 다녀온 기억이 있지만 진입로까지 차로 이동했던 터라 그전까지의 길은 초행이다. 새로운 마을의 풍경이 눈에 즐겁다. 익숙하지 않은 경험은 뇌를 간지럽히는 느낌을 준다. 언덕을 오르다 바라본 오른쪽 골목에서 생전처음 보는 표지판을 만났다.

'막다른길'

검은 화살표를 빨간 줄로 잘라낸 그림이 분연설명을 해준다. 친절하게. 가지 말라고.



잠깐 생각을 더듬어 본다. 내 삶에는 이런 표지판들이 얼마나 있었나? 혹시 못 보고 지나친 표지판들은 없었을까? 호기심에 골목을 따라 걸어본다. 골목이 끝나는 곳에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계단을 내려가니 일방통행이 가능한 폭의 포장도로와 만났다. 끝이 아니었구나. '막다른길'의 대상은 사람이 아닌 자동차들이었구나. 그리고 또 궁금해졌다. 내가 보고 돌아선 표지판은 과연 내 삶에 얼마나 관여된 상황이었을까? 앞으로의 여정에 얼마만큼의 표지판들이 보일까? 그 표지판들은 과연 내 것일까? 지래 짐작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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