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보단 노력과 과정이 중요한 일!
뉴질랜드에 이민을 오고 난 후, 친구와 함께 비디오를 빌려보던 드라마 <가을동화>.
그 드라마를 보고 난 후,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솟구쳐 올라왔다.
그 당시에 소설이나 팬픽, 혹은 에세이 같은 책들은 무수히 많았지만,
드라마는 어떻게 쓰는 건지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솟구쳐 올라왔을 때, 이미 난 결심했다.
드라마 작가가 되어야겠다. 나도, 드라마를 쓰고 싶다!
그래서 또 미친 듯이 글을 썼다. 지금은, 온라인으로 응모가 가능해졌지만,
그 당시에는 온라인으로 응모하는 건 없었다.
드라마 대본을 써본 적도 없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 전혀 정보가 없었을 때,
어떤 막무가내의 정신이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냥 소설처럼 쓰면 되겠지 싶어서, 밤낮없이 써서 우편접수를 하러 우체국으로 갔다.
그런데........... 얼마라고?
퀵으로 제일 빠르게 보내는 게 $100?
아빠는 아주 심하게 뜯어말렸지만, 그 누구도 내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무슨 자신감인진 모르겠지만, 나는 꼭 당선이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 확신을 아빠는 믿지 않았겠지만, 딸이 이렇게나 간절한데 한 번쯤은 들어줘야겠다 싶으셨는지,
결국, 아빠는 거금 $100을 내주셨고, 무사히 도착하기를 바라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결과는? 당연히 낙선일 수밖에 없었다.
공모전 형식에도 맞지 않는 글을 보냈으니 연락이 올리 만무했다. 답답했다.
도대체 드라마 대본은 어떻게 쓰는 걸까?
그때부터, 인터넷으로 드라마 대본은 어떻게 쓰는 건지,
형식은 어떤 건지 샅샅이 뒤져 정보들을 구했다.
네이버 카페였다. 당장에 회원가입을 하고 대본을 보려고 했으나, 권한이 되지 않았다.
댓글도 달아야 하고, 글도 써야 하고 뭔가 해야 할 게 굉장히 많았다.
몇 날 며칠을 댓글을 달고, 글을 쓰고 매일 출석체크를 하면서
대본을 볼 수 있는 권한까지 마침내 도달했고, 대본을 다운로드하고 읽자마자 충격에 휩싸였다.
'대본은 이렇게 쓰는 거구나.'
여태까지 내가 쓰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형식의 글을 처음 봤을 때의
그 충격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나는 그냥 길바닥에 $100을 버린 것과 다름이 없던 것이었다.
그래도 그 덕분에 내가 대본이란 걸 스스로 구해서 볼 수 있게 되었으니,
하나 배웠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 당시엔 전혀 쿨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드라마대본 공부에 돌입했다.
사실, 대본을 읽는 건 너무 쉬웠다. 문제는, 막상 쓰려고 하면 잘 안된다는 것이었다.
공모전에서 요구하는 것들은 기획안+대본인데, 처음엔 기획안을 도대체 어떻게 쓰란 말인가 싶어서 방영했던 드라마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프로그램소개들을 열심히 읽어보면서 공부를 했고,
그 후로는, 노희경 작가님의 드라마 대본집이 책으로 나오는 희소식을 접해 지인들에게 부탁하거나 가족에게 부탁해 대본집을 받아 열심히 읽고 필사도 하면서 독학으로 공부를 했다.
어느 정도 대본을 따라 할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은 된 것 같았다. 겉보기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쓴 글들은 줄줄이 낙선이 되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얼추 비슷하게 쓴 것 같은데. 난 작가의 재능이 눈곱만큼도 없는 걸까?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나처럼 글 쓰는 사람은 내 주변엔 없었다.
그래서 피드백을 해줄 사람도 당연히 없었다.
온라인 강의를 들으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상황은 따라주질 않았고, 시간대도 애매한지라,
대본집 말고도 작법책과, 캐릭터 만들기에 관한 책들이며 닥치는 대로 줄줄이 사서 보기 시작했다.
책으로나마 공부를 할 수 있는 세상에 내가 살고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책장엔 책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더니, 이젠 걷잡을 수 없이 많아졌다.
그래도 마음만큼은 든든해졌다. 언제든 모를 때, 혹은 헷갈릴 때마다 찾아 꺼내서 읽어볼 수 있으니.
기획안은 어렵지만, 계속 쓰면 쓸수록 주제가 명확해져서 좋았다.
대본을 쓸 때에 가이드라인을 해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매일매일 글쓰기 연습을 하다 보니, 대본도 수월하게 쓸 줄 알게 되었다.
문제는 지문이 길어진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쓰려고 힘을 빼는 연습을 해보자.
결국엔, 내가 원하는 드라마작가가 되어있는 모습을 상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