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0개의 키워드로 쓰는 짧은 자서전"을 써 보려고 한다. 1948년 생, 음력으로 11월26일이 생일이었으니 이제 만 77세가 되었다. 77세를 동양에서는 ‘희수(喜壽)’라 하는데 ‘희수(喜壽)는 한자의 독특한 모양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희(喜)' 자를 풀어보면, 七十七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다. 이 때문에 동양에서는 77세를 '기쁠 희(喜)' 자를 사용해 "희수"라 부르며, 장수를 축하하는 나이로 여긴다.
희수는 단순히 나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경륜과 기쁨을 함께 축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또 희수는 한 사람의 삶에서 중요한 이정표로 여겨지기도 한다.
기쁨과 축복을 누리며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참으로 의미 있는 나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희수가 되었어도 요즘아이들은 이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른다. 멀리서 사는 아들, 딸로부터 전화를 받기는 했다. “엄마 생일 축하해요. 돈 보냈으니 맛있는 거 사드세요” 그리고는 끝이다. 그냥 그러려니 별로 섭섭하지도 않다. 77세가 옛날에는 장수의 상징이었다지만 요즘 수명이 많이 늘어나 별 의미가 없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노인의 축에 들어 있는 것은 확실하다. 삶을 돌아보며 서서히 정리해야 할 때이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그리고 남은 시간은 어떻게 사는 것이 최선일까?
짧은 저서전을 써 보려고 한 것은 별로 길게 쓸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 내 지나온 삶은 소설 10권으로도 모자라”라고 하지만, 구구절절 다 꿰려면 누군들 어찌 10권 뿐이겠는가? 그러나 요즘 긴글을 누가 잘 읽지 않는다. 더구나 유명인도 아니고 평범한 노인네의 지나온 과거를 길면 누가 읽으려 들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니 딱 10개의 키워드로 줄여서 짧게 짧게 써 보겠다. 이 것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도 아니고 순전히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대나무가 매듭을 지어가며 위로 자라 오르듯이 한단계 매듭을 짓는 심정으로 지나온 시간을 반추해볼까 한다.
#내 생애의 키워드는 무엇이었을까? 우선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 보기로 하자.
어린 시절, 청년기, 중년기, 그리고 노년에 접어든 현재가 있다. 각 시기마다 가장 강렬했던 사건, 감정, 혹은 전환점을 떠올려 보니 대충 이런 키워드가 잡힌다.
어린 시절: 꿈
청년기: 탈출
중년기: 도전
현재: 성찰
그리고 나에게 영향을 끼친 중요한 사람들과의 관계가 떠 오른다. 가족, 친구, 선배, 동료, 혹은 제자들이 떠 오른다. 무엇보다 중요한 분은 아버지다. 아버지는 내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56세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돌아가셨지만 아버지야말로 나뿐 아니라 우리 여덟 형제 자매의 삶에 매우 큰 영향(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을 끼친 분이다. 가족과의 관계에서 키워드를 잡아보면 대충 이렇다.
아버지: 기다림
어머니: 희생
남편: 동료애
아이들: 축복
벌써 8개의 키워드가 생겼다. 그래서 가족의 부분은 하나로 묶어 써 볼까 한다. 그냥 ‘가족이라는 이름’ 이다. 어차피 다 연결이 되어 있으니까.
다음은 사는동안 아무리 헐겁게 살았을지라도 상당한 경험과 업적이 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한 후 들어간 교사직을 그만두고, 신문기자와 작가로써 산 세월이 있다. 상당히 오랜 기간이니 당연히 내 인생에 큰 흔적들을 남겼다. 이 같은 키워드들이다.
교사: 후회와 부끄러움
신문기자: 서투름과 자만심
작가: 10권의 책
간병: 내 생애 가장 잘한 일
그리고 남은 하나는? 내게는 의미 있는 장소로 태어난 고향과 제2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학창시절 살았던 광주, 그리고 5년간이나 섬생활을 했던 #보길도가 있다. 다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곳들이다. ‘그리움’ 이란 키워드가 잡혔다. 언젠가 내가 지상을 떠나는 날, 나는 틀림없이 한번 뒤를 돌아다 볼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리울거야 나의 모든 시간들아 안녕!”
"나는 왜 이 길을 걸어왔는가?",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며 키워드를 뽑아보니 대충 이런 10개의 키워드가 뽑아졌다. 이제 하나하나 과거과 현재, 미래의 시간으로 가서 나 자신과 만나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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