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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기옥 Mar 07. 2021

일의 행복

김훈 선생님의 평생 가르침, 밥벌이의 어쩔 수 없음

주말 출근은 정말 고역이다. 주중에 쌓인 피로로 몸이 천근만근이다. 이번 주도 어김없이 토요일 출근 준비를 하는데, 아침부터 짜증이 솟구쳤다. 거울을 봤더니 눈밑 다크서클로 판다가 되어 있었다. 따끔따끔한 혓바늘이 일주일째 그대로다. 피곤을 싹 물리쳐준다는 비타민제도 이제 약발을 다했는지, 며칠째 먹어도 호랑이 기운이 나지 않았다. 텀블러 가득 아주 진한 커피를 담아 집을 나섰다. "썅".  


살면서 자주 직업을 바꿨다. 사람들은 내가 진득한 성격이 아니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맞지만, 사실 대부분의 일이 대가 대비 엄청난 노동력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매번 '더 좋아 보이는 회사'를 찾아다녔으나 꿈에 그리는 꿀 빠는 직업은 진짜 꿈이었다. 


희경 씨, 옥섭 씨는 일 년에 딱 이틀 쉰다, 구정과 추석 당일. 그 외의 날에 가게 문을 닫으면 세상이 문 닫는 것처럼 여긴다. 하루쯤, 아니 며칠 사람들이 파와 마늘 먹지 않으면 큰일이 나나? 우리 가족은 다 함께 휴가를 가본 적이 없다. 남들 다 가니까, 최근 몇 년 동안 내외는 중국이며 대만 등지로 종종 해외여행을 갔지만 보통 한 명이 놀러 가면 한 명은 가게를 열었다. 딱 한 번 '어쩔 수 없이' 부부동반 여행을 가야 했을 때, 옥섭 씨는 나에게 회사 연차를 내고 가게를 봐달라 요청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 귀한 휴가를 내고 충주에서 가게를 봤다!   


크면서 나는 절대 부모님 같은 삶을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평생 일만 하고 살지 않겠노라, 직장에 얽매이지 않겠노라고. 그런데 밥벌이란 정말이지 '어쩔 수 없는' 것이어서 해야만 한다. 옥섭 씨처럼 살고 싶지 않아 많이 여행하고 다양한 취미생활을 했어도 결국 그 원하는 삶을 위해선 돈을 벌어야 하고, 일이 있으면 주말 출근도 해야만 했다. 


"내가 이 나이에 내 가게에서 남 눈치 보지 않고 일 하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


몇 달 전 옥섭 씨는 넌지시 말했다. 그건 또 맞는 말이기도 하다. 일흔을 눈 앞에 둔 사람을 제값 주고 고용하는 사람은 이 땅에 없다. 일 하는 부모를 둔 덕택에 난 가족 부양 걱정하지 않고 살고 있다. 내 돈을 온전히 내 술값으로만 써도 된다니 그게 어딘가. 평생 매여 힘든 거라고 여겼던 일이 이렇게 소중하기도 하구나, 옥섭 씨 그 말에 많은 생각을 했다. 


뭐, 그렇다고 내 주말 노동을 가치 있다고 여기는 건 아니다. 출근 뒤 한참 동안, 어떻게 하면 이 거지 같은 쳇바퀴 밥벌이를 벗어날 수 있나 고민했다. 예나 지금이나 내 꿈은 그저 한량이다. 아직도 옥섭 씨처럼 살고 싶지 않다. 나는 옥섭 씨 나이가 되었을 때, 노동하지 않으면 더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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