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 껍질 먹어서 쌍꺼풀이 사라지면 아쉬울라나
"엄마, 엄마는 쌍꺼풀이 있는데 왜 나는 없어?"
"있잖아 엄마도 원래 없었어. 아이참이라고 쌍꺼풀 만드는 테이프 있거든. 그거 눈에 붙여서 생긴 거야."
어릴 때 옥섭 씨는 무릎 위에 내 머릴 누이고 귀지를 파주면서 쌍꺼풀을 갖게 된 연유를 설명해 줬다. 고작 테이프로 생긴 거라니, 그게 진짜 가능한 일인가. 얼마나 붙이고 있으면 생기는 건지, 나도 그러면 생기는 건지 꼬치꼬치 물었다. 옥섭 씨는 뭐라 뭐라 대답을 했지만 나는 아이참이란 걸 본 적도 없고, 쌍꺼풀이 중요한 나이도 아니어서 그녀의 답은 잊었다. 어쨌든 옥섭 씨는 있는데, 나는 없다는 사실이 속상했다.
당시 내 화두는 '엄마가 진짜 나를 다리 밑에서 주워 온 게 아닐까?' 하는 물음이었다. 요리조리 뜯어봐도 나는 도무지 옥섭 씨를 닮지 않았다. 그렇다고 희경 씨를 닮은 것도 아니었다. 삼촌들은 내가 할머니를 닮았다고 했지만, 나는 할머니의 젊을 때 얼굴을 본 적 없으니 내가 진짜 이 핏줄인지 믿을 수 없었다.
옥섭 씨가 글쓰기를 좋아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 여전히 나는 그녀와 닮은 점이 없다. 옥섭 씨는 매사 차분한데 나의 조급함과 불안은 가끔 내가 조울증이 아닐까 자문할 정도다. 옥섭 씨는 작은데, 나는 잘 먹어서 그런가 우유를 하도 마셔서 그런가 키도 그녀보다 훨씬 크다. 무엇보다 그녀는 아기를 아주 좋아하는데, 나는 아기란 '이성이 없는 동물의 상태, 성악설의 증표'로 파악하고 특히 우는 아기에 떡 주는 대신 등 돌린다.
점심시간에 배가 부르도록 버섯칼국수를 먹고 사무실로 돌아와 한숨 낮잠을 잤다. 느닷없는 사장님 부름에 정신을 차리려고 얼른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봤는데, 깜짝 놀랐다. 쌍꺼풀이 생겼다! 왼쪽은 진하고, 오른쪽은 좀 연하지만 명백히 쌍꺼풀이다. 좀 충격적이어서 잠시 후 사장실 면담에 집중이 안됐다. 이러저러 다음 제안서에 대한 대화가 오가는 가운데, 몰래 휴대폰 셀카 모드로 쌍꺼풀이 사라졌는지 여러 번 체크했다.
두 시간이 지나도록 쌍꺼풀이 그대로 있어 급하게 친구에게 이 진귀한 사실을 카톡으로 알렸다. 친구의 답은 간단명료했다.
"지방이 빠졌나 봐. 늙은 거지."
'기지배, 칼 같기는...!'
인정하기 싫어도 사실이리라. 의식의 흐름대로 사는 나는 친구의 말에서 영감을 얻어 생각의 꼬리를 물고 생각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콜라겐 손실이로구나! 급히 네이버에 '콜라겐에 좋은 음식' 같은 걸 검색했더니 많은 블로거가 황태 껍질을 추천했다. 세상에 황태살도 아니고, 껍질만 먹는다니, 그런 걸 먹는 사람이 있나, 1분 정도 생각하고 1분 또 검색을 하고, 성격 급한 나는 결국 빛의 속도로 온라인 주문을 해버렸다, 황태 껍질 500g.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거울을 봤는데, 아직도 쌍꺼풀이 있다. 이 정도면 아주 자리 잡았다고 자부해도 되겠다. 콜라겐 손실도, 내가 나이 드는 것도 슬프다. 그런데 옥섭 씨 닮은 구석을 찾은 것 하나로 실컷 웃었다. 우리는 쌍꺼풀이 없다가 생겼다, 그게 닮았다. 나는 옥섭 씨 딸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