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람에 나뭇잎들이 부딪히는 소리와
비가 내리는 소리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주의 깊게 나의 감각, 내 주변을 살피지 못한다.
조급하고 섣부르다.
아주 지친 하루의 끝
빨래를 널면서 살랑 불어오는 여름 바람에
'진정으로 비가 아닌 바람이구나, 여름 바람 소리가 이런 것이구나' 깨닫는다.
무엇보다 새로 염색한 머리를 감고 나서 쓴 수건이
아주 거뭇거뭇 물든 것을 보고는
당황하지 않고 세탁을 바로 한 나의 부지런함.
여름 바람을 느끼며 세탁기 속 흰 수건을 꺼냈을 때
깨끗해진 수건이 나를 맞이하며
'오늘 정말 수고했다.' 말해주는 듯하다.
오늘의 피로도 지침도 모두 염색약이 씻겨 내려가듯
내려갔으면 하는 위로의 상징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