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짧은 글 - 5일 차
매일매일, 짧은 글이었으나 휴일은 빼먹었어요. 출근길에 후다닥 적었던지라, 늦잠을 자는 토요일은 아주 까맣게 잊었지 뭐예요. 하여 이틀을 건너뛴 5일 차 글입니다.
아빠는 여러 사업을 하시다가 큰 실패를 마주하시고는 직장에 들어가셨어요. 그의 나이 30대 중반(으로 추정합니다), 아내와 두 자녀를 거느린 가장의 무게를 제가 어찌 가늠할 수 있겠어요. 그쯤 엄마도 출산과 육아, 가사를 도맡다 생활전선에 뛰어드시죠. 그래서 제 어린 시절 기억에는 항상 엄마와 아빠를 기다리고 그리워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아빠는 그 직장에서 꽤 오래 일하셨고 임원의 자리에도 오르셨어요. 그리고 정년이 남았지만 명예퇴직을 하셨죠. 그때는 그게 뭔지 몰랐지만, 아빠는 번아웃이었던 것 같아요. 진짜 오래 주무셨고, 아무 일도 하지 않으셨죠. 그동안 엄마는 정말 여러 가지 일을 하셨어요. 한 번도 가난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이, 물론 갖고 싶은 것을 모두 말할 만큼 눈치가 없진 않았기에 포기한 것도 많았지만, 두 분은 자녀에게 아낌없이 지원해 주셨죠. 그 시대의 부모님들처럼요.
매번 퇴사와 은퇴를 꿈꿀 때마다, 주 6일을 일하며 출근길 발걸음이 무거웠을 아빠와 뭐든 하겠다며 새벽 출근과 주말 근무도 마지않았을, 지금의 저보다 어렸을 엄마 아빠를 생각합니다. 잘 입히고 잘 먹이고 잘 공부시켰더니, 직장을 뛰쳐나가 놀고만 싶은 이 시대의 뽀로로가 된 것만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드네요.
그래도 두 분 모두 제가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실 거라고 믿어요. 제 몫을 해내며 불행이 비껴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실 테니, 당장은 아니지만 곧 있을 퇴사 선언에 또 뭐라 말은 못 하고 혼자 끙끙 앓으시겠죠. 그래서 자식은 평생 자식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