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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땐 대출을 생각해

매일매일 짧은 글 - 16일 차

by Natasha Apr 08. 2025

오늘은 출근부터 퇴근까지 영혼이 털렸었나 봐요. 브런치를 까맣게 잊고 있다가, 문득 내가 썼는지 안 썼는지도 모르겠더라고요. 날짜를 확인하고선 뭐든 쓰겠다는 생각에 글쓰기를 누릅니다.


오전에 미팅이 있어 외근을 했어요. 다들 어찌나 할 말들이 많은지 도통 끝나지가 않더라고요. 일찍이 점심을 먹겠다는 계획도 틀어져버렸죠. 찍어두었던 음식점에 도착했을 땐 자리가 모두 차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어요. 그래도 날이 좋아 가게 밖 의자에 앉아 벚꽃인 가로수를 보며, 회전초밥집 레일 위에 놓인 초밥들처럼 우르르 돌고 도는 사람들 구경하며 기다렸죠. 잠깐의 외출로 얻는 여유였어요. 저 봄볕 맞는 직장인들도 지금 이 순간은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은 다시 기운이 빠졌죠. 어깨가 뭉치고 다리가 저려와서 퇴근 후 마사지를 예약했어요. 일을 그만두고 싶지만 이렇게 나가는 돈 때문에 일을 계속하고, 또 일로 얻는 스트레스와 괴로움 때문에 건강을 잃고, 그 건강을 챙기려고 병원과 마사지숍을 다니려면 돈이 들고… 이 또한 돌고 도네요. 일이 괴롭다면 카드 명세서와 공과금 고지서를 보세요. 일을 때려치우고 싶을 때쯤엔 은행 대출을 알아보세요. 여러분은 그 자리에 꽁꽁 묶일 테니까요.


물론 현실을 깨닫고 변화를 시도하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분들도 있겠죠. 내게 주어진 시간은 정해있고, 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면, 아마 전 오늘을 이렇게 살진 않을 것 같아요. 어떻게든 오늘을 버티며 살지도 않을 거예요. 근데 얼마나 남은지 모르니까, 오늘을 너무도 소중히 살았는데 내일도 모레도 계속 살아간다면, 그날들의 내가 소중하려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더라고요. 어디까지가 준비 완료일지 모르지만, 곧 ‘이렇게 살고 싶은 삶‘을 마주할 날이 오겠죠.


인생의 컨설팅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내가 스스로 선택한 나의 삶인데, 분명 내가 계획한 성장의 단계를 거쳤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싶습니다. 이런 걸로 돈을 버는 분들도 있겠죠. 물론 친구의 조언으로, 책에서 얻는 지식으로, 챗지피티가 정리해 주는 정보로 제 인생을 한 번 정리해봐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오늘은 피곤해서 일찍 자야겠어요. 매일매일 짧은 글, 16일 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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