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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K Jan 16. 2024

우울과 불안의 바람을 타고

제발 치료를 잘 받으세요

요즘 자꾸 까먹고 머리가 무겁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느려지고 모른척하고 회피한다. 깔깔대고 웃기도 하고 이것도 했다가 저것도 했다가 바쁘게 움직여보기도 하지만 아파오는 건 내 머리. 어제의 무기력과 우울이 오늘 조금 남아있다. 아무래도 약을 제대로 먹지 않아서 더 멍청해지고 있는 듯하다. 오늘 병원에 가니까 이제는 제발 도망치지 말고 약을 잘 먹기를 나 자신에게 바란다. 


난 원래 울보인데 최근에는 울지 않았다. 우는 법을 까먹었다. 그러다 어제 무기력과 우울과 짜증과 답답함이 최고조를 찍으면서 톡 하고 울었다. 작은 눈물로 크게 울었다. 내 머릿속은 생각을 멈출 줄 모른다. 엄마가 떠나기 전 길거리에서 엄마를 만나서 소리를 지르고 엉엉 울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어제 일처럼 생생해서 숨이 턱 막혔다. 마음 아픈 기억들이 불현듯 떠오를 때면 잊어버리고 싶어서 숨고 싶다. 왜 이런 기억이 계속 떠오르는 거야 속으로 외치며 어딘가로 빠져버리고 싶다. 


시간이 흘러가고 살아야 하니까 어떻게든 살고 있지만 상처와 그리움과 외로움이 뒤죽박죽 섞여서 나를 가만두질 않는다. 아무 일도 없는데 어쩔 줄을 모른다. 두근두근 대다가 숨이 잘 쉬어지지 않고 안절부절못한다. 이 깊은 우울과 불안을 치료하는 게 먼저인데 그 사이에 뒤쳐질까봐 이랬다가 저랬다가 한다. 대체 뒤쳐질게 뭐가 있다고 이러는 거야. 나에게는 진짜 휴식이 필요한데 쉬는 법을 몰라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불안해지고 뭔가 하는 것 같지만 그럴수록 더 하지 못하고 해내지 못해서 자책하는 날이 더 늘어난다. 


글을 쓰며 우울과 불안을 조금씩 덜어낸다. 한 스푼도 되지 않지만 몇 알이라도 덜어냈으니 됐다. 2월 초면 가게를 제외하고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 마무리된다. 치료와 휴식의 시간을 가져야 해 진짜로. 안 그러면 살 수 없어. 살아도 사는 게 아니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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