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사체처리부 -오피스텔 현장 출동-

2화 - 오피스텔 현장 출동 -

by 융갱


괴물사체처리부 직원들은 2인 1조로 움직인다. 1년 전 서울 한복판에 괴물이 나타난 후 급조된 이 부서는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미화원 조직을 거의 그대로 베껴왔다.

아마도 ‘청소’라는 업무의 공통점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괴물사체처리부원들은 환경미화원들과 마찬가지로 선후배 개념이 없다. 퇴직할 때까지 승진이 안 되기 때문에 관리자인 조장 말고는 다 똑같은 동료 청소부일 뿐이다.

“오늘은 후성이가 운전하나?”

“맨날 제가 운전하잖아요”

“으흠, 김기사, 출동하자고!”

“옆에서 코골지나 마세요. 내비 소리 안 들리니까”

트럭의 조수석에 앉은 박 씨는 얼마 전 늦깎이로 입사해 후성과 2인 1조로 짝을 이뤄 일하는 중이다. 괴물사체처리부원들 중 나이가 가장 많아서 이름 대신 ‘박 씨’로 불리고 있다. 체력 테스트 점수가 낮았지만 부양가족이 많아서 가산점이 붙어 겨우 합격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후성이”

“예”

“나하고 다니니까 어때? 좋지?”

같이 팀을 이루고 싶은 사람들끼리 2인 1조로 조를 잘 때 마지막으로 남은 두 명이 바로 박 씨 아저씨와 후성이었다. 마치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짝짓기 게임의 패배자들처럼.

“사실 난 원래부터 자네랑 팀하고 싶었어”

“왜요?”

“그냥, 자네가 제일 순해 보이더라고”

순해보였다니. 이거 칭찬일까? 아니면 만만해 보인다는 말의 돌려 깎는 표현일까?

후성은 양재역 사거리에서 아기에게 주먹으로 맞은 일을 떠올리며 내심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성격이 좀 둥글둥글하다는 말 듣긴 해요”

“그래 참 착해. 우리 후성이는. 호리호리한 것이 여자였으면 둘째 마누라 삼았을 텐데”

박 씨는 손바닥으로 후성의 허벅지를 쓰윽 쓰다듬었다. 후성은 당황해서 자기도 모르게 운전대를 꽉 쥐었다. 후성이 곁눈으로 흘끗 쳐다보자, 박 씨는 소리 없이 빙그레 웃으며 후성의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톡톡 두드리더니 그 손을 다시 거둬갔다.

박 씨는 갑자기 목이 마르다며 점퍼 안주머니에서 플라스틱 물병을 꺼내 벌컥벌컥 마셨다. 좁은 트럭 안에 술 냄새가 훅 끼쳤다. 물병에 물이 아니라 소주를 담아 다니는 모양이다.

후성은 평소 동료의 음주작업에 대해 별말 하지 않았지만, 아까의 찝찝한 기분에 허벅지의 더러운 기분까지 더해지며 짜증이 확 치밀어 올랐다.

"그만 마셔요"

"왜? 너도 조장 놈한테 쪼르르 뛰어가서 고자질하려고?"

"작업할 때 위험하니까 그러죠. 또 감봉되시려고요?"

"괜찮아. 방독면 쓰면 술 냄새 하나도 안 나. 그때는 재수 없게 걸렸지"

"저번처럼 다쳐서 병원비가 더 나오면 어쩌려고 그래요?"

"조장 놈이 산재 처리해 주겠지. 다음에 또 안 해주면 노동청에 신고할 거야:

"그냥 다치지를 마세요, 좀!"

후성은 ‘또 나 혼자 아저씨 몫까지 일해야 하잖아요. 양심 없어요? 남의 허벅지는 왜 만져 시발...’이라는 말을 쏟아내려다 목구멍 속으로 다시 꾸역꾸역 집어넣었다. 박 씨 아저씨를 기분 나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성은 늘 이런 식이었다. 방어벽이 고작 돌멩이 몇 개인 허술한 성이었다. 남이 방어벽을 훌쩍 넘어와도 때로는 헤집어놔도 늘 그랬듯이 참았다.

어느새 내비게이션이 도착 지점에 근접했음을 알려왔다. 후성과 박 씨는 방호복을 입고 방독면을 쓴 후 스마트폰을 꺼내 괴물사체처리부 앱의 버튼을 터치했다.

[4조 현장 도착- 작업 시작]

현장은 10층짜리 원룸 오피스텔 건물이었다. 거인의 손톱이 할퀴기라도 한 듯 지붕은 반쯤 날아갔고 철골과 전기배선이 드러나 있다. 마치 이곳에만 태풍이 다녀간 것처럼. 아마 히어로와 괴물의 작품이겠지.

건물 옆 쓰러진 전봇대가 몇 호인지 모를 오피스텔의 창문을 뚫고 건물 안으로 침범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텅 빈 로비의 천장에는 뜯겨나간 전선들이 머리카락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있고, 바닥에는 고압선들이 헝클어져 있다. 수도관이 터졌는지 물이 잔뜩 고인 바닥이 축축하다.

"에잇, 감전되기 딱 좋겠구만"

박 씨가 짜증스럽다는 듯 중얼거렸다. 괴물사체처리부에서 지급한 방호복은 특수 절연 소재라 전기나 열이 전달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지.

후성은 우선 오피스텔 입구에 팻말부터 세웠다.

[청소 중 - 출입금지]

괴물사체처리 현장은 피해자의 피비린내와 괴물 사체에서 풍기는 낯설고 역한 냄새 그리고 소독약 냄새로 범벅되어 방독면을 쓰지 않고는 숨쉬기 힘들 정도다. 방독면의 용도가 상쾌한 호흡을 위한 것만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경꾼들은 꾸역꾸역 현장을 기웃거린다. 경찰이 쳐놓은 안전선을 넘어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기도 한다. 괴물이 가진 어떤 바이러스에 노출될 지도 모르면서. 호기심이 두려움을 이기는 모양이다. 그래서 현장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청소 중- 출입금지’ 팻말을 입구에 놓는 것이다.

후성이 밖에서 잘 보이도록 팻말을 고정하고 오피스텔로 다시 들어가려 할 때였다.

오피스텔 상가 앞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띄었다. 163cm 정도 키에 아기자기한 몸매, 멀리서 봐도 확 눈에 띄는 흰 피부에 검은 단발머리, 이설윤이었다.

“어?”

후성이 알아본 동시에 이설윤도 후성을 알아본 것 같았다.

“어어?”

이설윤이 후성을 향해 뛰어왔다. 그녀는 주짓수 도장에서 ‘겨루기’를 할 때와 달리 서글하고 동글동글해진 눈으로 후성에게 말을 걸었다.

“후성 씨, 여기서 일하시는구나. 큰일하시네요!”

“아, 네...”

후성은 뭐라고 대답할지 몰라 괜히 출입금지 팻말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쭈뼛거렸다.

“후성 씨, 저 좀 안으로 들어갈게요”

“어디를요? 오피스텔 안이요?”

“네”

“안 돼요. 위험해요. 여기 안 보여요? 출입금지...”

이설윤은 ‘제발’이라는 글자가 양 볼에 하나씩 쓰여 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장화신은 고양이처럼.

“저 진짜 급해서 그래요”

“무슨 일인데요?”

“고양이 한 마리가 없어졌어요. 주변에 아무리 찾아봐도 없고.

아무래도 건물 안에 있는 거 같아요”

“고양이요?”

후성은 아까 로비만 쓱 훑어봤을 뿐이다.

“어떻게 생겼어요?”

“까만 애예요. 눈은 노랗고요. 이제 어두워지면 더 찾기 힘들 텐데...”

이설윤이 말끝을 흐리며 울먹거렸다.

“본인이 키우는 고양이예요?”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본인’이라니, 후성은 자기의 말투가 딱딱하게 들리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이미 질문을 던진 후였다.

“아뇨. 제가 치료 중인 고양이예요”

후성은 그제야 이설윤이 흰 가운을 걸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희고 맑은 얼굴이 먼저 보여 옷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왜 이 여자의 이름에 ‘설(雪)’자가 들어있는지 알 것 같았다.

“저기 1층 상가에 동물병원 보이죠? 거기서 일하거든요”

“아, 수의사 선생님이셨구나...”

후성은 속으로 조금 놀랐다. 얼굴도 목소리도 다 예쁜데 공부도 잘 했나보네, 게다가 동물을 아끼는 심성까지.... 세상에 저런 여자도 있구나, 주위에 잘난 남자들이 얼마나 많을까 하면서.

“제가 찾아드릴게요”

“혼자서요?”

“네, 어차피 설윤 씨는 안에 못 들어가요.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도 있어요”

이설윤이 뭐라 더 말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동안 후성은 돌아서서 안전선을 넘어 오피스텔 안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죄송하지만, 꼭 부탁드려요. 후성 씨!”

등 뒤로 이설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성은 설윤이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대답하려다 혹시 삑사리를 내지 않을까하며 관뒀다. 저 여자 앞에서 목 쉰 소리를 내는 것보단 차라리 대답 없는 싸가지 없는 남자가 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오피스텔 안. 어느새 날이 어둑해졌기에 방독면 위에 달린 라이트를 켜고 주변을 살폈다. 한 칸에 6평 정도 될까? 평수가 작은 오피스텔 건물이라 면적에 비해 호실이 많다. 복도 양쪽으로 현관문들이 다닥다닥 길게 늘어서 있다.

괴물의 덩치는 개체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키가 2~3미터쯤 된다. 작은 놈은 농구선수 서장운보다 조금 더 큰 정도? 방 안에 제 몸을 욱여넣을 수 있는 사이즈라 귀찮지만 샅샅이 뒤져 괴물의 사체를 찾아야 한다. 그 방이 방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부서져 있지 않다면 말이지만.

“일일이 뒤지고 청소하려면 밤 샐 것 같은데. 지원 요청 할까?”

“제가 할게요”

후성은 괴물사체처리부 앱을 열어 5개 조 지원 요청 버튼을 눌렀다. 괴물 사체 처리보다도 엉망이 된 건물 정리와 안전조치를 위해 인력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았다. 아마 노원구나 광진구, 가까운 곳에 있는 동료들이 이곳으로 올 것이다.

“먼저 찾아보죠”

“후성이는 1층부터 맡아. 난 위에서부터 뒤져볼게”

현장의 문이란 문들은 보통 활짝 열려있다. 괴물을 피해 급히 도망가느라 문단속할 여유가 없었겠지. 불을 환하게 켜고 괴물 사체를 수색하면 더 편하겠지만 지금은 만에 하나 감전될 위험이 있어 비상등만 켜두었다.

앞을 정확히 보는 것이 수월하지 않지만 그래도 헤드라이트 빛이 더해지니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

1층 상가를 싹 돌고 2층 계단을 향해 걸음을 옮겼을 때였다. 물컹한 것이 후성의 발목을 휘감았다. 후성은 소름이 돋았다.

쿵!

긴장을 한 탓일까 후성은 계단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바닥에서 넘어지는 것보다 층층이 모서리가 많은 계단이라 더 아프게 느껴졌다. 터진 수도관 때문에 바닥이 미끄러운데다 방호복을 입어 몸이 둔한 상태라 균형을 잡기 쉽지 않았다.

“냐앙”

발목에 걸린 건 고양이였다. 진주목걸이를 한 검은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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