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되는 법
제가 요즘 쓰고 있는 소설 도입부 입니다.
읽어보시고 마음에 드는 부분, 또는 수정하면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만한 부분을 댓글로 알려주세요.
써니와는 오늘 아침 배에서 처음 만났다. 온통 외국인으로 가득 찬 푸에르토리코 행 거대한 크루즈 선에서 눈에 띈, 나처럼 한국말을 쓰는 또래 여자였다. 나이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 되었으려나? 나와 비슷하게 생긴 모습에 목소리까지 비슷해서 자꾸 눈길이 갔다. 써니는 ‘간다!’를 외치며 수영장으로 다이빙을 했다. 그리곤 자기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잘생긴 외국인 남자애와 물장난을 하면서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 이 배의 맨 꼭대기 층인 갑판에는 하늘색 타일의 거대한 야외 수영장이 있었다. 출항을 기념하는 선상 풀파티가 벌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화창한 햇살 아래 신나는 음악이 수영장에 있는 여행객들을 더욱 들뜨게 했다. 그리고 그 사람들 한 가운데서 한껏 웃고 있는 써니. 웃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였을까. 아니면 순수한 즐거움이 너무나 부러워서 였을까. 써니가 수영장에서 행복하게 물방울을 튀기면서 노는 모습이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한 순간 한 순간, 내 앞에 천천히 재생됐다. 그렇게 써니를 쳐다보다가 써니와 눈이 마주쳤다. 써니의 시선이 나에게 꽂혔다. 그가 내 쪽으로 오려고 움직이는 듯했다. 나는 당황했다. 순간적으로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훔쳐본 것을 들킨 걸까? 뭐라고 둘러대야 하지? 낯이 익어서 쳐다봤다고? 나도 한국인이라고? 에이 모르겠다. 굳이 처음보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그와 마주친 시선을 거두곤 수영장이 보이지 않을 갑판 반대편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래, 저렇게 활발하고 눈에 띄게 잘 생긴 사람을 내가 기억 못 할리 없다. 저 여자는 캘리포니아 햇살처럼 따사로운 환경에서 구김살 하나 없이 자라 왔을 것이다. 어둡고 초라한 내 인생과는 접점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
써니에게 자꾸 눈길이 가지만 대화는 부담스러운 '나'의 감정이 공감이 되시나요? 이 글 앞뒤로 써니와 나의 이야기를 더 서술할 예정이긴 합니다. 일단 배경설명 없이 주인공인 '나'가 기억하는 써니와의 첫 만남인 만큼, 그 순간이 인상적이었으면 해서 공개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