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이들을 위하여
1. 토대라는 것이 있습니다. 많이 쌓아도 무너지지 않고 무엇을 뿌려도 조금의 뿌리라도 허용해 줄 견고하면서 부드러운 땅과 같은 것이죠.
2. 사람은 살아온 토양이 저마다 다릅니다. 토양은 고르는 게 아니라 대부분 결정된 채로 시작하는데 무엇을 심을지 어떤 것을 두고 거둘지 무엇을 기대할지는 재각각입니다.
3. 재각각이 내릴 결정은 강요될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본질적으로 고독합니다, 인간은. 자유의지라는 것이 신이 준 권한이라 한다면 신도 건드리지 못하는 영역을 타인이 넘볼 수는 없겠죠.
4. 어디에도 없습니다. 누구도 자신과 같은 존재를 찾을 수 없습니다. 우린 닮음이 신기하고 다름에 또 신기해하는 인간일 뿐입니다.
5. 사랑은 그래서 그 자체만으로 고귀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 자신을 포기하고 절제해서 남을 이롭게 하기 때문입니다. 닮지 않은 부분을 인정하고 다름을 배웁니다. 그리고 재차 닮음은 동일이 아님도 배웁니다.
6. 각 사람에게 주어진 저마다의 토대는 사랑이라는 것 덕분에 변합니다. 어느새 굳어진, 스스로를 규정하는 틀을 새롭게 빚어냅니다. 사람을 바꾸는 힘, 그래서 사랑은 위대하고 귀합니다.
7. 사랑이 뿜어낸 의지와 결정이 가진 파급력이 작든 크든 사랑의 가치를 판단하는 데는 중요치 않습니다. 사랑은 자신의 시간을 내주는 일이고 궁극적으로 유한한 일생의 일부를 공유하고 나누기 때문이죠.
8. 그러기에 사랑하다 일생을 바친 사람, 사랑하기 위하여 자신을 잃은 사람, 사랑하려 죽음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살아가는 이들의 심금을 울립니다.
9. 누군가가 이처럼 자신의 토대를 포기하고 자신의 일생을 잃기까지 한다면 다른 누군가는 그 이의 일생을 찾아주어야 함이 마땅할 겁니다. 그리고 다시 설 수 있도록 토대가 되어주도록 해야겠죠.
10. 사람은 저마다 토대를 지닙니다. 견고하면서 부드러워 씨앗이 심기기에 좋은 땅과 같습니다. 누군가가 그곳에서 사랑을 맺었고 그것을 나눠주려다 그 토대가 흔들렸다면, 나눔 받은 자는 그의 일부가 되어줘야 합니다. 그가 다시 설 수 있도록, 아주 견고하고 부드러운 땅으로요.
그래서 사랑은 모두를 견고하고 부드럽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