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 보자
혹자는 말하길 현대사회의 인류는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타인의 생각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자신의 생각이라고 여길만한 것도 그 근원을 파헤쳐보면, 다른 이의 의견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끊임없이 정보를 생산하고 전파하는 미디어의 세상이니 일리 있는 주장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전적으로 동의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하고, 반론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여러 생각을 정리하다 문득 여러 주장만 늘어놓을 바에야 아니라는 확실한 근거를 들이밀어 증명해보고 싶어 졌다. 증명할 욕구에 사로잡힌 지 며칠이 지난 후에 지극히 일차적이지만 가장 효과적인 증명은 '자신의 기억과 의견을 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는 받아 적기가 아닌 이상, 접한 타인의 생각을 본인의 생각으로 재해석하는 일이므로.
'남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수용자만 있으면 처음으로 그 생각을 한 공급자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 모두는 결국 과거의 공급자에게서 물려받을 유산을 재창조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런 질문들과 함께 자라오던 반항심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덕분에 쓰는 일이 다르게 느껴졌다. 나의 생각을 나누고 싶었던 글이었지만, 글쓰기에 자신을 표현하고 남기려는 욕구가 투영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쓰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스스로에게도 나름 대견한 결정인 듯 싶다.
독후감도 좋고 가능하다면 서평도 써보려고 한다. 같은 드라마나 영화를 보아도 사람마다 같은 생각을 가지긴 어려우니 말이다. 평론이나 감상문 같은 글은 본인을 이루는 생각의 뿌리와 갈래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해줄 것 같다. 하지만 글 형식에 구애받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다. 딱딱한 갖춰진 글보다 만남들 속에서 나누는 지나가는 이야기처럼, 가끔은 사회와 관련지어 진지한 대화도 해보고 살아가는 이야기에 관한 짤막한 나만의 철학을 내비쳐도 좋을 것 같으니.
느낀 것들에 따라 어떤 글을 짧고 어떤 글은 감당하기 어려워질 정도로 길어질까 무섭지만 시작해보려 한다. 하지만 봐왔던 책이든 무엇이든 다시 살펴서 저만의 시각으로 읽어내기는 저에게 행복한 일이 될 것 같다.
이제 보니 얼마 전부터 드라마 '마녀보감'을 보며 정리했던 생각들이 잠시 흘러 지나가는 관심 정도가 아니었나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는 드라마인 데다가 애청자들 중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전개를 취하고 있어서 나만의 독자적인 가치관으로 읽어내기에 오히려 수월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