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보감, 그 세 번째 생각

결계: 용기, 용납, 그리고 소유보다 나눔에 관하여

by 쓴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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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야기의 중심은 '결계'였다. 인간 결계 허준의 등장. 하지만 포기했던 삶을 되찾을 희망은 잠시였다. 연희는 이내 추격한 무녀들 때문에 유일한 거처를 잃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허준은 홍주가 찌른 칼에 맞아 몸에 지녔던 결계를 잃어버리고 연희의 저주에 노출된다.



마음으로 응원하는 일: 용기


청년 허준이 노출된 저주에는 '사랑이 내정한 죽음'이 담겨있다. 연희를 지켜줄 결계가 없어졌을뿐더러 그는 이제 저주의 환영을 본다. 연희와 허준은 도움을 주고받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지켜주고 싶은 애틋한 마음이 서로를 향한다.


안타깝게도 연희는 허준을 떠나기로 곧 결심해야만 했다. 역설적이게도 자신에게 보여준 허준의 용기와 희생 덕분에 저주라는 운명과 정면승부를 치러야 함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궁으로 들어가 자신을 죽이려던 대무녀 홍주와 대면하기로 작정한다.


연희의 결정으로 결계가 맺어준 두 사람이 함께할 기회가 넘어간다. 허준은 이러한 결심을 받아주고 그에 맞춰 붉은 도포를 쫓을 거라는 자신의 약속으로 주도권을 넘겨준다. '우리는 이미 같은 편이야. 네가 우리 편 대장 해라'고 말하면서.



있는 그대로 보다: 용납


풍연과 연희가 주고받던 대화에서처럼 '오라비를 믿어주고 오라비의 말이라면 다 믿었던 연희는 죽었다'. 출생의 비밀과 저주받은 현실 앞에 당당히 서서 그녀는 자신을 찾기 시작한다.


연희를 씩씩하게 만든 '연모의 정'이 오라비 풍연에게서 떠나 허준에게 간 이유는 풍연이 그녀를 있는 그대로 보아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반해 저주와 알게 된 출생의 비밀로 흔들리는 그녀를 허준은 그저 '연희'로만 봐준다. 그제야 연희는 '연희'로서 살기 시작한다. 평생 도망치게 할 것 같던 저주도 그녀를 막지 못한다.



옳음은 자기희생으로: 소유보다 나눔


저주가 불러내는 급박한 상황마다 온몸으로 홍주의 계략을 막아내던 최현서 대감이 무너졌다. 마지막으로 연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 자신의 도력뿐만 아니라 목숨을 내놓고 연희 몸에 결계를 새기는 도술 때문이었다.


홍주의 회상에서 최현서는 도술은 옳은 것을 지키기 위해 배운다고 말한다. 그랬기에 그는 사람들에게 쫓겨들어 온, 궁녀 홍주를 도와주었다. 그러나 홍주는 다르다. 스승 최현서에게 배운 도술과 스스로 익힌 흑주술을 자신을 위해 쓴다.


홍주를 단순한 악인으로 볼 수 없는 이유가 이것이다. 자신을 해한 사람들을 벌주고 해할 사람들에게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배운 능력을 활용하려는 마음은 누구나 갖기 때문이다. 그녀에게서 찾을 수 있는 스승과 다른 점은 그녀는 자신의 힘을 무언가를 '소유'하기 위해 사용하는 데 있다.


최현서는 홍주를 가르치며 경고한다.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고 사사로운 일에 도술을 사용해선 안 된다고. 최현서는 그래서 어리석어 보일 정도로 우직하게 자신을 지키는 일보다 다른 사람을 살리는데 힘을 사용한다. 결국 자신에게 충분한 시간과 도력이 없음을 자각한 그는 목숨을 던져 연희를 보호하는 결계를 만든다.


그렇게 죽어가는 최현서 앞에 홍주가 등장한다. 슬퍼하는 홍주에게 스승은 말한다. '너는 단 한 번도 목숨을 다해 남을 지켜본 적이 없기에 이 마음을 알 수 없을 것이다'라고.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홍주는 자신의 방법대로 스승의 죽음을 애도한다. '혈맹'을 맺어 죽은 최현서 대감의 몸을 '소유'한다.



옳고 그름이 쓰이는 곳


이야기에서 누군가를 쏘는 화살, 혹은 다른 이를 지키는 방패가 되는 사람들을 본다. 각자는 옳은 대로 선택하고 죽이고 살린다. 보는 이는 옳고 그름의 가르마를 주인공을 중심으로 간단하게 탈 수 있지만 이야기 속 각자에겐 각자의 선택이 항상 옳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히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진정한 옳음은 그 옳음으로 타인을 지킨다.


상대를 지킬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드라마 인물처럼 목숨을 던지진 않아도 자신이 가진 유한한 시간, 즉 목숨의 일부를 내어 타인과 함께 해주는 이들이 있다. 많은 것을 알지 못해도 흔한 일들 속에서 사랑이 무엇인지, 나눔이 무엇인지, 용기와 사람이 무엇인지 '실제로 아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오해를 받을지라도 함께 살아가기 위해 자신을 던졌던 한 잠수사의 이야기가 있다.


성장드라마로 소개된 이 이야기는 성장소설이 그러하듯이 성인에게도 말하려는 무언가를 담은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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