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두지 않을게
달력에는 공휴일, 절기 외에 기념일도 적힌다. 생일처럼, 사람의 이름은 아니지만 '누구'의 날로 적혀있다. 그리고 적혀있지 않아도, 숫자로만 드러나는 기억의 날도 있다.
어렸을 때부터 생각했던 게 있다. 만약 우리가 모든 기억을 다 모아서 기념일처럼 챙길 수만 있다면 사연이 없는 날이 없을 거라고. 달력을 보는 법을 배우고, 이미 지나갔는데도 돌아온 것처럼 챙기는 '생일'이라는 날을 배우면서, 처음으로 느꼈던 것 같다. 삼백육십오일이 사실 다 생일이구나. 어쩌면 모든 날이 다 특별한 날이었는지도, 아니면 별 거 아닌 날일지도 몰라, 하면서 말이다.
윤년이라는 개념을 배웠을 땐 조금 쓸쓸해졌다. 이월 이십구일. 이 날은 사 년마다 돌아온다는데 어떻게 챙겨줘야 하는 걸까. 나이를 나만 먹는 줄 알았던 어린 시절에,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나이를 걱정했다. 그리고 아마도 외로움에 대한 의미 조각을 거기서 발견했던 것 같다. 참 외롭겠다. 삼 년은 없다가 사 년째엔 혼자구나. 그러면서 말이다.
삼백육십오일. 혹은 삼백육십육일. 달력에는 그 모든 날이 적히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엔 몇 개의 하루만 적힌다. 그것은 홀로, 숫자로만 드러나는 그러나 홀로 두지 않은 기억이다. 사일육. 오일팔. 얼마 전 날짜의 숫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