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긴 우울
아침에 일어나면 세상이 바뀌어있다. 가늘게 뜬 눈틈 사이로 비취는 햇살이 묵직하다. 오늘이 그 날이구나, 싶다. 하루를 또 어떻게 지내야 할지 고민하기는 너무 큰 마음의 짐이다. 몸을 일으켜 간밤에 꾼 악몽의 땀부터 씻어내야 한다.
물에 몸을 씻기면 조금 나아질까, 하는 상념에 앉은 채로 침대에 가라앉는다. 역시 첫 생각부터 삐걱댄다. 하루의 시작부터 쉽지 않은 날이다. 그렇게 우유부단해질 수가 없다. 아침을 거르진 않는다. 단지 간소해질 뿐이다. 보이는 음식을 집어 입에 몇 차례 넣으면 끝. 무엇을 고른다는 개념이 사라지고 식욕만 채운다.
귀찮은 걸까. 아니, 귀찮은 게 아니라 뱅뱅 맴도는 중이다. 몸 밖의 시간이 흐르는 걸 느끼지만 내 안의 시간은 제자리에서 돈다. 그 소용돌이 사이로 보이는 깜박거리는 불빛을 가만히 쳐다 본다. 충전되었다는 표시등이 뜬다. 초록색. 그것뿐이다. 관조. 지긋지긋하다.
아직도 이불 속이다. 기억나지 않는 간밤의 꿈의 욕조에서 길게 늘어져 가는 하루를 계산한다. 공간을 울리는 초시계 소리에 민감해진다. 아, 오전의 시간은 너무 나에게 많다. 눈을 감는다. 제발, 흘러가버려라. 나에게 우울은 그렇게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