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있을 수가 없는 날

오늘은 몇 배의 중력인지 가늠해본다

by 쓴쓴

언젠가는 꼭 한 번 너무 우울해진다. 아니, 언제 그러지 않았냐는 듯이 '불행'은 파도처럼 들이닥친다. 그 정도의 감정이 아니라는 생각은 잠시뿐이다. 먹구름이 머리를 뒤덮고 모든 기억에 그림자가 드리운다.


방바닥이, 침대가, 내 몸을 부른다. 누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내 몸을 맡긴다. 서 있을 수가 없다. 무너질 것만 같아서 이대로 있을 수가 없다. 중력이 몇 배로 늘어난 것만 같아서 나를 지탱하던 모든 끈을 놓아버린다. 그러면 내 팔은, 내 다리는 태아의 자세처럼 웅크린 채로 멍한 정신을 담아낸다.


미래는 그렇게 멀어진다. 희미한 과거로의 회귀만이 남는다. 어렴풋한 기억을 찾으려는 감각은 온몸을 더듬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어지러운 지금을 보내자.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자, 하여도 그러지 않으려는 내면의 목소리가 거슬린다. 인간은 스스로를 파괴할 줄만 아는 게 아니다. 고통을 감내하지 못할 줄도 알고 소리를 지르고 발광할 줄도 안다. 그래서 파괴를 지연시킨다.


오늘 나에게로 찾아온 이 중력은 얼마나 큰 것일까. 내가 놓아버린, 혹은 놓쳐버린 끈은 몇 개나 될까. 빚쟁이가 된듯한 느낌이 든다. 없는 마음을 꾸어서 쓴다. 반복되는 머릿속 음악에 의미 없이 발가락을 까딱댄다. 참 부질없는 짓인가 싶어도 이것이 내가 살아있다는, 주저앉은 나에게 지르는 변론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