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라이드 닭다리

독서모임을 시작하다

by 쓴쓴

인생은 마치 반반 주문한 닭을 받았는데 후라이드가 닭다리 하나밖에 없는 경우와 같다. 무슨 말이냐면 난 양념이 싫고 퍽퍽한 살코기를 좋아하는데 부드러운 촉감을 가진 닭다리만 양념이 묻지 않은 상황이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먹기를 포기하자니 주문한 닭이 아깝고 기다린 시간이 아깝다. 살코기를 먹자니 입에 묻고 달달한 양념이 싫다. 그렇다고 후라이드를 먹자니 싫어하는 다리 부위다. 인생이 그렇다고.


이럴 땐 그냥 다리 부위를 들어야 한다. 후라이드가 먹고 싶다면서 굳이 안 먹을 이유가 없다. 나를 제외한, 같이 먹을 이들이 양념을 더 애정 한다면 난 후라이드 닭을 먹을 조건을 갖춘 셈이다. 그러니 어서 들어라. 어서 그 닭다리를 들어 입에 넣어라.


최선의 선택이란 없다. 최상의 것이란 존재할 수 없다. 언제나 그 윗 수준이 있다. 퍽퍽한 닭가슴살 후라이드가 배달 와도 입맛에 딱 맞는 결이 느껴지긴 어렵다.




내가 즐기는 독서는 남들과 공유하기 어려운 취미다. 때문에 혼자 읽는다. 독서는 분명 홀로 진행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래서 만들기로 했다. 있었으면 했던 독서모임을 모집했다.


자신이 의아했다. 이런 모집을 나서서 할 만한 사람이 아니다. 용기도 배짱도 두둑하게 '없는', 전형적인 새가슴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만남을 두려워하며 대화를 나누는 모든 순간마다 오감을 곤두세우는 피곤하고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런데 모임을 내가 주최했다.


무엇보다 내가 선택하고 시작한 모임이라는 사실이 좋았다. 덕분에 읽었던 책을 다시 더 깊게 읽어서 좋았다.


우울을 앓고 있는 사람이 선택을 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변화가 일어났다는 증거다. 그리고 변화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발전하고 있다는 기분이 좋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좋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르기 전까지는 몰랐던 장점, 결단을 내리기 전까지는 보이지 않았던 이면이 괜히 보인다. 그래서 아끼고 사랑하게 된다. 아, 물론 이 모임이 거기까지 가진 않았지만.




최선의 선택이란 없다. 최상의 것이란 존재할 수 없다. 언제나 그 위가 있다. 퍽퍽한 닭가슴살 후라이드가 있어도 입맛에 딱 맞는 결을 느끼긴 어렵다. 하지만 선택하면 된다. 충분한 선택. 부드러운 후라이드 닭다리만도 충분한 인생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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