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물
내 밖으로 나온 나를 볼 때 - 그러니까 내 눈으로 내가 해낸, 만든, 창조한, 성취한 무언가를 볼 때, 저것이 나를 닮았고, 담아냈고, 표현했고, 그려내며, 심지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할 모습이라 깨닫는 순간 - 그것을 오롯이 나의 것이라 생각한다면 어리석은 게 아닐까. 나는 나를 만든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니 말이다.
그중에 일기는 단연코 으뜸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의 기억과 달리 기록은 과거가 현재였던 시절을 충만하게 전해주기 때문이다.
승부만 있지 않다. 승부가 있는 곳에도 승패와 관련 없는 고귀와 기품과 깊은 성찰 그리고 인내로 얻는, 현실을 이해하고 감내하고 붙들 수 있는 풍성한 내면세계가, 사람에게 있다는 아픈 만큼 아름다운 진리는 여전하다.
승부가 다 독식하지 못하는 인생이고, 승패로 결정되지 못하는 사람이다.
(봄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