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서 느낀 친절함

생(生)

by 쓴쓴

아직 차가운 공기가 채 가시지 않은 3월의 어느 날, 늦게나마 <항거>라는 영화를 보러 나들이를 나섰다. 삼 월에 들어선 날씨가 이리도 을씨년스러운 것을 보면 우리네 조상들은 참으로 추운 날 대한독립을 외쳤겠다 싶었다.


영화관 입구를 지나는데 고양이 두 마리가 가만히 앉아 있었다.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는 중인지,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질 않는데 한 녀석이 바닥을 핥고 있었다. 누군가가 흘렸는지 모를 물이었다. 적셔진 모퉁이를 부지런한 혀가 왔다 갔다 했다.


의례 그러하듯 입장하기 전에 화장실을 들렸다. 손을 씻는데 깜짝 놀란 이유는 물의 온도였다. 온기가 손가락에서 손등으로, 손등에서 팔을 타고 올라왔다. 을씨년스러웠던 날씨가 잊히는 순간, 물에서 친절함을 느꼈다.


물의 존재만으로도, 그 온도 조절만으로도 묘생을 살고 인생을 살 수 있다면 우리네에게 필요한 것은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다만 적절한 때에 적절한 그 무언가, 목마르고 추울 때 해갈의 따뜻함이 되어주는 물처럼 말이다.


아직 영화를 보기 전이다. 그래서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나는 짐작할 수 없다. 그러나 독립이 말하려는 바가 '홀로'만의 의미는 아닐 거라 생각한다. 그것은 분명 알 수 없는 자의 선행과 알 수 없는 자의 친절이 '서나 가는' 것까지였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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