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휴~.
숨을 내쉰다. 노래를 듣는다. 조금만 더 눈을 감고 게을러지기로 마음먹는다. 그것이 내가 오늘을 살 이유다. 아니 그것이 오늘도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가 된다.
그것을 본다. 어제와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마음속 그림자를 본다. 심장 한가운데도 하나의 태양이 뜬다. 지구를 비추는 하나의 태양과 다른 것은 오로지 서쪽에서 뜰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나침반의 바늘이 숨 쉴 새도 없이 요동을 치는 까닭이다.
차가운 아메리카노의 얼음을 씹으며 물러가는 겨울을 붙잡는다. 오들오들 떨며 청승을 떤다.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기적은 붙잡힐 뿐이다. 마음속 태양이 서쪽에서 뜨는 이유는 오늘의 내가 늦게 일어나려 했기 때문이다. 북쪽을 가리켜야 할 나침반이 남쪽을 향해 행진한 까닭이다.
잠과 현실의 경계 어느 부근에서 조금 더 게을러지기로 한다, 하면서 나는 어느새 창가가 넓게 펼쳐져 있는 카페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홀짝거린다. 그럼에도 게을러지기로 약속한다. 조금만 더 느리게 책을 읽기로, 조금만 더 설렁설렁 공부하기로, 녹아가는 얼음을 잘근잘근 씹으면서 깊숙한 곳에서 나 자신을 반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