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

무엇에 그렇게 샘이 난 걸까

by 쓴쓴

우리는 삼 월을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달로 기억한다. 시작은 뭐고 새로운은 또 뭘까? 시작을 새롭게 하는 것. 사실 일 월에 새해는 시작되었지만,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 날이 저마다의 마음속에 있다. 그것이 삼 월이다. 시작점을 두 번 찍는 셈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열되는 사계절은 우리가 봄을 시작으로 삼는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봄이 시작이라면 겨울이 끝일 테고, 겨울이 끝나는 이 월 다음 달을 시작하는 달로 재인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육과정의 시작이 삼 월이다. 높은 교육열을 지닌 이 나라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이라면 누구나 삼 월이 주는 두근거림이 어떤지 잘 안다. 그것이 좋든 싫든.


한국이 겪은 지난 그리고 올해의 겨울은 그리 춥지 않았지만 대신 봄이 사라진 느낌이다. 겨울이 지나가지 않고 아직도 머물고 있다. 이런 현상을 꽃샘추위라고 하는데, 사실 헷갈린다. 시기상 봄이니까 그렇게 불러주고 싶은데 추우니 어쩔 수 없이 붙인 이름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니까 봄이라고 그냥 부르기엔 무색한 추위니, 제 삼의 계절을 넣어준 거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하긴 온도 차가 좀 심하지 않은가. 겨울에서 봄이라니, 그렇게 혹독한 추위가 사라지고 갑자기 따뜻해지는 것도 이상할 법하다. 그래서 꽃을 시샘한다고 했던 걸까. 누가 붙인 이름인지 모르겠지만 재미있는 발상이다. 그런데 겨울은 찾아오는 봄을 시샘해야만 하는 것일까. 겨울이 봄을 좋아해서 같이 있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 볼 순 없었던 걸까.


조그만 차이이긴 하지만 무언가 피어나는 것을 나는 어떻게 바라보는가 생각해본다. 꽃처럼 환한 것들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어떠한가를 지켜본다. 연분홍색의 무언가를, 밝게 피어나는 무언가를 시샘하고 있진 않은가 조심스레 머릿속을 뒤적인다. 아하, 나도 꽃을 시샘하는 것은 아닐까. 인생의 시작점에 서있는 저마다의 이유를 질투하고 있진 않은가 말이다.


그러니 나는 간절히 빌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나의 삶에도 봄이 찾아오기를. 겨울 같이 얼어붙은 마음에도 훈풍이 불기를, 맑은 꽃들이 피어나기를 기대해봐야겠다고 다짐해야만 했다. 그리고 비록 나 겨울처럼 추운 사람이었어도 봄처럼 따뜻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기를, 그들이 조금만 나를 견뎌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사랑스러운 사람들아, 나의 시샘을 받는 이들아 조금만 견뎌달라고 또 이기적인 기도를 드려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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