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영 Mar 27. 2024

구름 뒤에 잠시 숨어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만나는 단어는 [불합격]이다.

'불합격'이라는 단어의 씁쓸함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만나 그는 물먹은 솜처럼 나를 한없이 초라하게 했다.
내 마음은 마치 무거워진 구름을 견디지 못하고 비 뿌리기 직전의 하늘 같았다. 바람이라도 불어 비구름 거두어 가 주면 좋겠지만, 내 마음에 바람조차 없었다.

'불합격' 그 단어에
처음에는 당황,
두 번째는 그럴 수 있어,
세 번째는 너무 많은 의미를 두지 말자 였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위안을 주고 있었다.
누구에게 위로를 바라는 것은 순간은 괜찮을 수 있지만, 순간이 지속될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결국 모른 것들은 내가 견디어내야 할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내 감정의 우울을 타인에게 위로받으려 하지 않았다.

대신,
좋은 경험이야.
좋은 도전이야.
좋은 생각이야.
좋은 기회야. 그렇게 나를 토닥토닥 안아 주었다.

비가 지나간 자리.



사진 속 무거운 구름은 온 세상을 어둠으로 물들게 했고, 우울하게 만들며 비를 뿌렸다. 하지만 그 속에도 노을은 붉은 뺨을 숨기고 있었다. 구름에 밀려 해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잠시 몸을 숨기고 쉼을 취하고 있었다.

'축하드립니다.채택되었습니다.'

그 인사도 이처럼 구름 뒤에 숨어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지금까지 구름 뒤에 숨어 있었던 적이 없었으니, 지금은 구름 뒤에 몸을 숨기고 잠시 쉼을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나는 산자락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하늘을 보며 생각했다.

이전 02화 참이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