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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영 Mar 20. 2024

참이슬


2016년 11월,  너를 처음 만났던 날.

회사 앞 편의점에서 퇴근길 너를 데리고 퇴근을 했어. 너를 빨대에 꽂아 마시면서 걸었어.
누가 볼까 두 손으로 고이 잡고,
입안 가득 퍼지던 알코올이 주는 달콤함에 빠졌어.

달콤함이 식도를 타고 심장을 향해 유유히 흘러가면서 찌릿찌릿 쓰린 속을 달래주던 너,
그 알싸함이 고마워 쭈욱 쭈욱- 너를 내 심장 저 끝으로 보냈어.

20.1도가 주는 짜릿함이란,  그 누가 알까?

그날,
지쳤던 것 같아.
어린 나이 맡은 벅찬 자리,
잘하고 싶은 욕심,
인정받고 싶은 욕망,
실력이 아닌 총애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사람들에 대한 오기, 시샘, 소문, 삐딱선,
모든 부정적인 단어들의 긍정적인 것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들이 모여 지쳤던 것 같아.
  
그날 이후,
너는 나의 책장 어느 한 구석에 자리하여 오늘날까지 함께하고 있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책장 정리를 하면서도 나는 너를 버리지 못했어.

그날,
쓰린 속을 달래준 너로 인해 나는 이겨내는 법을 배웠기에, 지칠 때마다 너를 보며 나는 기운을 얻고 다시 걷는 법을 배웠기에, 가끔 쉬어가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용기 주는 법을 배웠기에,

너의 가르침이 고마워 빛이 바래져 버렸지만 너를 버리지 못했어.

20.1도 너는 나에게,
이제는 쉬어 가는 방법을 알려줬고,
인정, 욕심, 욕망, 시샘, 소문, 오기, 삐딱선을 버리게 했고,
하고 싶은 건 그냥 해보는,
남 눈치는 보지 않는, 내 눈치를 가장 많이 보는, 내 마음이 하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듣는
내가 가장 소중한 한 인간으로 살 수 있게 도와줬기에,


나는 앞으로도 너를 내 책장 한편에 두고 함께할 거야.


고마워.

2016년 11월 늦가을을 함께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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