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영 Apr 03. 2024

네 멋대로 해라

인생 드라마



생과 삶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을 알게 된 날부터 나를 지배하던 세계관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죽음은 '선' 같은 것이었다. 넘어가면 끝나는 것이고 넘어가지 않으면, 생은 지속되었다.  

나는 지금껏 살면서 몇 번의 죽음을 보았다.

외할머니의 죽음, 아버지의 죽음, 동생의 죽음, 친구 동생의 죽음.
그 죽음의 겪으면서 나를 지탱해 주었던 뿌리가 점점 이동하기 시작했다.

예전의 나는,
나보다는 가족이, 엄마가 덜 걱정하는 선택을, 언니들이 칭찬해 줄 만한 선택을, 누군가의 부러움을 받는 선택을 했었다. 수많았던 그 선택지 안에는 나를 위한 것은 없었다. 늘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선택의 연속이었다. 그것이 지금에 와서 꼭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 선택이 있었기에 지금의 나도 존재하기에, 변화하기 위한 통증쯤으로 나는 생각했다.

몇 해전부터 나를 위한 선택을 하기 시작했다. 그 처음은 12년 다닌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었다. 20대를 30대 중반을,,, 함께했지만 나는 버리고 나왔다.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날 나는 얼마 없는 짐을 싸서 들고 큰언니에게 갔었다. 언니의 등뒤에서 나는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언니는 '괜찮다고, 잘했다'라고 했다. (그전에도 나는 몇 번인가 언니를 찾아가 울었다. 그때마다 언니는 내게 등을 내어 주었다.)

그리고, 새로운 길을 갈 준비를 했었다. 언니는 내게 한 달 간이라도 여행을 다녀오라고 했었지만, 나는 거절했다. 불안했었다. 늘 빠듯하게 움직이다가 여행을 가서 쉴 자신이 없었다. 쉬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쉬지 못한 나는 같은 실수를 반복했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것을 이 시기를 지나고 난 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작년 가을 또 한 번의 죽음을 만났다. 생과 사의 경계가 또 한번 무너져버린 날이었다.
내게 죽음이 말했다.
'너는, 오늘 출근길에 운명을 달리할 수도 있었고,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어.'
죽음은 그랬다. 그 흔한 미리 보기 조차 되지 않았다. 그 죽음을 끝으로 나는 완전히 돌아섰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로 바뀌었고, 나를 위한 선택을 했고, 다른 사람 눈치는 보지 않았고,  내 눈치만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나를 생기 있게 하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글쓰기였다. 얼마 전에는 소설 수업을 통해 단편 소설을 썼다. 다듬어지지 않은 조잡한 글이지만,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웹소설 학원에 다니며 배우고 있다. 이제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처음 선생님이 내어주는 과제를 해 갔을 때 내 글이 너무 순수문학 같다고 했다. (이럼 팔 수가 없다고... 우리는 예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지금은 그래도 감을 잡은 것 같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셔서 약간의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감이라는 것을 잡기 위해 나는 엄청 어--------------------ㅁ청 읽었다.

그 결과 지금 대체역사물 소설을 쓰고 있다. 작년 말부터 시작해 시놉시스를 끝냈고, 8화를 쓰고 있다. 올해는 이 소설을 완성해 플랫폼에 연재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리고 단편소설(순수문학)을 하나 준비 중이다. 소설 수업 과제로 해갔던 짧은 소설을 읽고 선생님이 수정을 해서 어디, 어디 공모전에 내 보라고 하셨다. 그 말에 용기를 내어 도전하는 중이다.
하지만, 지금은 시놉시스만 적어 두고 진행을 못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것은 나의 유년 시절 만났던 누군가의 이야기이고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 주제이고 내가 그것을 풀어낼 수 있을 정도의 인간인가? 하는 고민에 쉽게 자판을 두드릴 수가 없다.

자기 전 늘 생각한다. 나는 어떻게 그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낼 것인가? 방법을 찾지 못한 채 깊어지는 고민에 질문만을 던지고 있다.
그를 만나면 출구가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를 만나러 갈까. 잠시 고민한 적도 있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혹 기회가 되면 그에 대한 이야기를 브런치에서 할 생각이다.)


그리고 브런치에 소설을 연재 중이다. 남과 여의 사랑이야기는 가볍게 적고 있다. 깊은 고민도 하지 않고, 머릿속에 있는 시놉시스를 글로 옮겨 놓는다. 1화를 위해 2시간 정도 시간을 들인다. 그래서 글이......... 부끄럽다.(한 분이라도 읽으시는 분이 있기에 책임감을 가지고 완결을 향해 가고 있다. )

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알지 못하는 시대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시놉시스와 자료조사에 깨나 시간을 들인다. 그 시절 농촌에 대한 조사도, 사투리에 대한 공부, 타인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기에 글을 적는 시간보다 자료조사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된다. (그렇게 적고 있지만, 완성도 떨어지는 글에 부끄럽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늘 퇴근 후 집으로 바로 가고 주말은 약속을 잡지 않는 나를 보고 회사 후배가 왜 그렇게 바쁘게 사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나는 말했다. 재미가 있다고, 쿵쿵 심장이 뛴다고. 후배는 '그게 뭐야'했다.


나는 그냥, 내 멋대로 하는 중이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을 나만의 방식으로 하는 중이다. 누군가는 '그게 뭐야. 돈도 안 되는 거'라고 하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 내 멋대로 할 것이다.




아래는
내 인생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연출자인 피디님이 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나 자신을 위한 길을 가고 있다.

드라마 인물들 일상 속의 모든 행동, 사랑, 등이 사회가 강요하는 이해와 상식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의 진정한 솔직함으로 발휘되길 바랍니다. 주인공 캐릭터들을 통해서 너 자신을 위한 길이 가족과 사회를 위한 길이라고 말하고 싶었고 그래서 이번 드라마에 [네 멋대로 해라]라는 제목이 정해지게 된 겁니다. - 연출 박성수

이전 03화 구름 뒤에 잠시 숨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