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안녕

by 곰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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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안녕


언제 한번 편지를 써야겠다 싶었어. 가끔 머릿속으로 무슨 말을 적어야 할까 생각 했는데, 이렇게 쓰게 되네. 잘지내? 나는 잘 지내는 것 같다가 아닌 것 같다가 오늘 보니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오늘은 오랜만에 펑펑 울었어. 나는 우리회사가 너무 싫은데 그래도 꾸역꾸역 잘 다닌건 우리 팀 사람들이 좋았거든. 근데 아니 4월부터 두명이나 떠나지 뭐야. 알지 나는 눈물이 많잖아. 이상하게 그 소식을 듣는데도 눈물이 안나더라? 그런데 오늘 마침 이 일 저일 떠밀리다가 어떻게 툭 건드렸는지 펑 하고 터져버렸어.


울고나면 마음이 풀리는 기분이라 좀 괜찮아. 빨간 눈을 하고 한인마트에 가서 장을 보다보니 언제 울었는지 까마득했어. 장보고 나면 바다에 가서 더 청승맞게 울어야겠다며 세상 내가 제일 우울했는데 오븐에서 구운 두부과자랑 모짜렐라 치즈호떡만두를 샀더니 내일 어서 세시가 되서 먹어야겠다는 생각만 들더라니까!




























올해는 나를 빼고 다들 새로운 변화가 생기는 것 같아. 결혼을 하기도 하고 직장을 옮기기도 하고 내 코워커들처럼 말야 하하. 다들 집에만 있다가 하와이로 뉴욕으로 여기저기 떠나더라. 코로나시대에 백신을 맞고도 비행기를 탈 용기가 없는 나는 하와이도 뉴욕도 상상의 나라 같아. 다들 넘실넘실 파도처럼 잘 돌아다니는데 말야. 없는 용기를 모아뒀다가 한국에 너무 가고 싶어. 할머니도 엄마도 보고 싶고, 4월에 결혼한 친구도 보고 싶고.


친구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얼마전에는 상담을 받았어. 사람이 집에만 오래 있다보니 마음도 작아지는지 내마음이 담을 수 있는 고민이 너무 없더라. 자꾸 별거 아닌 사람들의 말 한마디로 하루종일 고민하고 전전긍긍하고 해야할 일은 보이지도 않는거야. 선생님이 그랬어. 남이 던진 감정의 공을 계속 쥐고 있어서 그렇대. 그래서 내가 그 공은 어떻게 놓냐고 물었는데, 비슷한 말만 반복하셨어. 친구의 감정은 내 감정이 아니래. 선생님의 말은 내가 이래서 이렇구나 이해하는데는 도움이 되는데, 이 상태를 어떻게 벗어나는지는 도무지 알수 없었어. 그래도 상담하기 전보다는 나아. 또 누군가 부정적인 말을 해서 다 내 잘못같을 때면 속으로 생각하기 시작했어. 저건 내 감정이 아니야, 내 공이 아니야 에잇 저리 튀어가버려라 탱탱탱탱 탱탱볼. 어쩌면 이게 벗어나는 방법인 걸까?







나는 가끔 사실 자주 기분이 울적할때면 언니가 그냥 생각나. 꼭 울적한 날이 아니라 회사일을 할 때도, 내 앞이 갑자기 무겁게 느껴질 때도 생각나. 우리 매일 메세지는 하는데. 사실 나는 서너명의 친구들과 매일 메세지를 주고받는데, 정작 그들의 고민과 하루가 어떤지 잘 그려지지 않아. 우스갯소리하고 밥 뭐먹었나 묻고. 밥은 정말 중요하다고 밥 잘챙겨먹는게 중요하다고 하지만, 생활의 업데이트를 뜬금없이 다른데서 듣기도 해. 웃기지. 언니의 승진소식도 엄마에게 들었잖아 하하 우리 재작년에 각자 블로그게시판에 미주알고주알 일기도 썼을때 참 좋았어.


올해가 벌써 5월이다 언니.

올해는 꼭 얼굴 보면 좋겠다.

언니 방에 나란히 누워서 저 옷이랑 물건들은 언제 버리냐며 깔깔대고, 요즘 언니의 최애 아이돌 이야기도 듣고 한창 떠들고 싶네. 아마 올해 가게되면 언니 방에 자는건 무리겠지? 마스크 쓰고 손소독제 챡챡 뿌리며 밖에서 얼굴보자.


항상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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