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모녀의 5 주
새벽 5시 반과 여섯 시 사이 눈을 뜨자마자 세수하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한국에서의 재택근무가 새벽 여섯 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었다.
거의 2년 반 만에 한국에 다녀왔다. 2주를 재택근무하고 2주는 휴가, 그리고 마지막 한주도 재택근무로 5주간 있는 일정이었다. 5주 동안 남편이 될 남자 친구의 누나의 결혼식에 참여하고 상견례를 하고 일을 하고, 밀린 (엄마의) 행정 업무들과 건강검진과 병원 투어 그리고 2년 동안 못 본 친구들도 봐야 했다. 그 사이사이 당연히 엄마와 할머니와 시간을 보내고 밥을 먹고 텔레비전도 보느라 토론토에 앉아있는 지금 내가 한국을 언제 다녀왔나 싶다.
한국에서 그것도 내가 집에서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은 굉장히 낯설다. 학창 시절을 보내고 20대 이후는 서울과 외국에서 보낸 탓이다. 나만 낯선 게 아닌지 내가 아무리 미팅을 하고 있다고 해도 아직 고등학생이라고 생각하는지 엄마는 내 이름을 크게 부르며 문을 열고 말을 하다 아이고 하고 나간다.
그럴 때마다 나는 빨개진 얼굴로 쏘리.. 마이 맘 하고 한숨을 내쉬면 컴퓨터 창의 동료들이 모든 엄마들이 똑같다며 웃었다. 오후 두 세시에 일이 끝나도 2년간 한국에 못 온 딸과 해야 할 행정업무가 많은 엄마의 스케줄을 다 해내기란 부족했다. 그러고 돌아와 아홉 시 열 시쯤 잠이 드는 일정은 생각보다 꽤 피곤했고 첫 일주일은 휴가가 끝나면 가야겠다고 했다. 그러나 서운해하는 엄마와 할머니 앞에서 나는 일주일 더 피곤하고 말자 란 생각으로 일주일 더 있기로 했다.
5주가 끝날 무렵에는 아 그냥 두 달 넘게 있어볼걸, 얼마나 더 길게 있을 수 있냐고 변호사 에게도 묻고 매니저한테 말이라도 해볼걸, 고생스럽지만 집에 더 있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휴가 때도 쉬는 게 쉬는 것 같지 않았는데 뭐가 그리 아련하고 좋았는지. 비행기를 타기 전날 침대에 누워 생각하니 대학원 여름방학 때 이후로 가장 제주도에 길게 있던 시간이었다. 언제 내가 또 엄마와 할머니 옆에서 길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더구나 휴가만 온 게 아니라 결혼을 하겠다고 왔으니 엄마랑 할머니 말고도 마치 내가 영영 안 올 것인 양 인사들을 하는 바람에 삼일에 한 번은 울었다. 아니요 저 제주도 또 올 거예요 겨울에도 올 거고 내년에도 올 거고 근데 왜 다들 날 영영 보내냐고요!!
5주간의 기록을 한번 남겨봐야겠다. 미리미리 안 써놨으니 벌써 희미하고 희석되고 마냥 몽글몽글 한 기록들이 되겠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와 할머니가 계속 꾸준히 건강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