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안녕 2

by 곰곰

언니 안녕

언니랑 많이 이야기를 못해서 아쉬운 한국행이었어. 언니는 예전보다 나에게 대화를 많이 하지 않더라. 왜일까? 나는 또 이런 변화의 잘못을 다 나 스스로에게 찾는 병이 있어서 내가 이상해졌나, 실수했나, 뭘 잘 못한 걸까 계속 생각해. 나는 여전히 언니가 좋은가 봐.


언니랑 같이 먹은 밥 맛있었어? 나는 내가 스스로 돈을 벌고 언니에게 맛있는 저녁을 사줄 수 있어서 좋았어. 그리고 언니가 한 이야기가 자꾸 맴맴 돌아. 언니는 이제 가치관이 바뀌었다고 했지. 가족 옆에 오래 있겠다고,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했잖아. 우리 같이 외국 이야기하고 나가서 일하는 이야기를 한창 했을 때가 있었는데 말이야. 언니가 그렇게 말하는데 나는 뭐 하고 있나 싶었어. 엄마랑 할머니 이야기 나오면 눈물을 한 바가지 쏟는 나는 뭘까? 그러면서 나는 자꾸만 밖으로 밖으로 나가 결국 외국 사람과 결혼도 하고 사람들은 자꾸 나는 한국에 안 올 거래. 나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내가 너무 엄마랑 할머니 걱정하니까 이모도 옆에 있고 내 생각보다 엄마와 할머니는 강해서 잘 지내실거라고 했잖아. 그 말도 고마운데 왜 나는 자꾸 밖으로 나가서 남의 걱정까지 늘리는 걸까 싶었어. 엄마는 자꾸 손목이 아프고 친구가 없어서 우울하고 할머니는 예전에는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는데 이제 기분이 좋으면 그냥 웃으시고 슬프면 어린아이가 되셔.


언니.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선택을 나중에 어마어마하게 후회할까? 지금 내가 이렇게 나와 살면서 얻는 건 뭘까? 나는 항상 어릴 때부터 제주도 밖에서 살고 싶었어. 제주도가 지긋지긋했어. 섬 안에 갇혀있다는 느낌이 항상 나를 숨 막히게 했던 것 같아. 외국에 오래 나와 살아보니 바다 좋고 산 좋고 가족 있는 제주도가 최고 지만 막상 다 접고 제주도로 들어가야겠다 생각하면 잘 안돼. 언니가 단호하게 나는 이탈리아로 가는 파견근무도 거절했다는 말에 부러웠어. 나에게는 없는 마음가짐과 용기가 부러웠어. 우리가 만나지 못한 몇 년 간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된 거 같아도 또 언젠가 비슷한 말을 하고 이야기를 하며 공감할 날도 올 거라 믿어. 외동인 나는 언니가 항상 고맙고 의지가 되거든. 가끔 우리 엄마가 너무 이모에게 부탁을 많이 하고 운전을 해달라고 하고 그래서 언니가 싫어하진 않을까 걱정도 해봤어. 엄마랑 이모는 서로 무슨 생각을 하며 만나고 수다를 떨까? 우리가 우스갯소리로 그 둘은 귀는 하난데 입을 둘이라며 한 명한테 말하면 둘 다 아는 거라고 웃었잖아. 우리도 나이 들어 그렇게 될까? 사실 잘 모르겠어. 나는 요즘 인간관계가 조금만 어그러져도 힘들어서, 이건 내가 어쩔 수 없는 거다, 물이 흐르는 거다 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해. 말대로 되진 않지만. 기대를 안 하는 게 제일 좋은 거 같아.








언니가 방탄 보러 다시 엘에이 왔으면 너무 좋았을 것 같아. 숙소에서 언니 옆에 누워서 방탄소년단으로 놀리기도 하고 콘서트 간 이야기도 듣고 같이 맛있는 거도 먹고. 언니가 미국에 오는 게 연례행사 같은 거였는데 그립다. 참 우리 사이에 그리운 게 이렇게 벌써 많구나. 언니도 그럴까?




언니. 다음에 나 한국 가면 그때 또 언니 이야기 조곤조곤 들려줘.


항상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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