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애정관은 이해를 못하겠구나

연애 뒤에 애도기간 이요?

by 곰곰

우리 엄마와 나는 애정관이 다르다. 연애가 끝나고 애도기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연애가 끝나면 나는 다음 연애를 생각했다. 나의 하루는 점심을 고민하고 저녁을 고민하고 다음날 점심을 고민하며 끝난다. 연애가 끝나면 점심 저녁은 내 하루에 없다. 자다가 울고 일어나서 울고 길 가다 울고 마음 아파 울고 그러다 보면 슬슬 점심 고민을 시작한다.


한 손으로 꼽을 수 있는 연애들이 끝나고 시작하는 동안 마음이 힘들면 혼자 담아두지 못하는 병에 걸린 나는 엄마의 전화번호를 누른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을 빨리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 엄마는 너는 어떻게 된 애가 애도기간이란 게 없냐고 한숨을 쉰다. 엄마의 기준, 애도기간은 사귄 만큼 이라는데, 헤어지고 일주일도 안돼서 새로운 사람을 찾는 내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한다. 4년을 사귀었다면 내 나이 이십 대 중반을 넘어설 무렵 삼십 대가 되도록 새 연애를 못하는 거냐며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 사람 가면 다른 사람이 없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최선을 다해 간 사람을 잊는데 노력을 쏟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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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관계가 시작되기 전까지 외롭고 불안정한 스스로를 감추고 싶어 잘 견뎌내는 척하는 방법 중 하나로 이후에 새로운 사람이 있다고 본인을 안심시켰다. 이전 연애를 잊기 위해 최대한 모든 잘못을 상대방의 탓으로 돌리고 점심을 챙겨 먹기 시작하고 좀 정신을 차리면 연애가 끝나게 된 내 탓이었던 부분을 바로잡고 나에 대해 알게 된 사실과 다음 연애에서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들을 생각했다. 엄마가 원하는 기간만큼 애도기간을 채우지는 않았으나 나 스스로 끝난 관계에 대한 충분하게 시간을 쏟았다. 엄마의 애도기간에 대한 가치관을 존중하지만 나는 최대한 짧게 가졌던 애도기간만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울고 웃고 욕하며 스스로를 배웠다. 여전히 세상 제일 미지수는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라는 사람이지만 모든 걸 내 탓으로 돌리지 않으면서도 내 탓인 걸 생각하는 시간들은 꼭 필요했다.


눈물이 정말 많은 나는 헤어지고 세숫대야를 채울 만큼 울고 엄마를 괴롭혔다. 남편이 된 남자 친구와 사귀기 전에 공항에 이 친구가 나를 데리러 온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 나에게 우리 엄마는 제발 친구관계 복잡하게 만들지 말라며 그저 호의 일 뿐이라고 못을 받았다. 새 연애가 시작될 때쯤 카카오톡 메시지 1이 안 사라진다며 툴툴 대는 나에게 엄마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인내심이라곤 1도 없다며 사람이 그렇게 메시지 하나에 전전긍긍하면 안 된다고 자신을 지켜야 된다고 했다. 엄마는 젊었을 적에 서울 간 사람과 한 달에 한번 오는 편지를 기다리며 연애를 했다고 한다. 그 사람이 나의 아빠인지를 모를 일이다. 문득 엄마의 애도기간은 나를 키운 만큼인 건가 아니면 내가 모를 소위 '썸' 혹은 썸보다 나아간 관계들이 엄마에게 있었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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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결혼을 원했던 이유는 혼자라는 이 세상에 내 가족을 더 만들고 싶어서다. 유학 생활을 시작하면서 나는 결혼한 언니 오빠들이 부러웠다. 이 한 몸 뿌리 박힌 곳 없이 바람 불면 흔들리고 비가 오면 푹푹 젖어버리는 외국생활에 서로 의지하는 모습이 부러웠다. 그런 내가 드디어 결혼을 한다고 전화를 걸었을 때 엄마는 결혼하겠다고 생각이 든 사람을 만난 걸 축하한다고 했다. 물론 쿨한 척하고 얼마 안 있어 나를 들들 볶았지만. 상견례도 모두 마치고 내 애정관에 대한 엄마의 생각을 써 내려가는데 결혼을 했으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고 마음을 정리하고 그런 일련의 지난한 과정들을 당분간 (소원은 평생) 겪지 않아도 되겠구나 한다. 결혼이라는 새로운 관계의 형태로 접어드는 내가 앞으로 오래 볼 사람에게 어떤 애정관으로 살아갈지 새롭게 궁금해진다. 힘들어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면 엄마는 또 어떤 새로운 애정관을 들이밀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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