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지 않고서야
그 남자,
정신이 어떻게 되었나 봅니다.
그녀에게 '예쁘다'라는 말 따위를 내뱉었답니다.
미쳤나 봅니다. 분명 어제 먹은 골뱅이가 잘못되었나 봅니다.
무려 15년을 알고 지내왔습니다.
한 번도 그녀를 여자의 계집 여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 얇디얇은 종이만큼 가벼운 사춘기 시절에도 그녀가 여자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예쁘다니요, 한 번도 그녀가 예뻐 보인 적도 없던 제가 그녀가 예쁘다고 말했다니요.
분명 이건 어디선가 잘못된 모순입니다.
그녀의 모함이 분명합니다.
그 여자,
어제 술을 마셨습니다. 그와 같이요.
어쩌다 소주 한 잔이 소주 5병이 되었습니다.
술도 못 마시는 녀석이 그렇게 줄기차게 술을 들이 붇는 데 말리지도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내버려두었어요. 쓰러지면 버리고 도망가야지 라는 생각으로 다가.
근데 그 녀석이 저한테 갑자기 그러더라고요.
예쁘다고,
잘못 들은 줄 알고 재차 물었죠.
근데도 똑같았어요.
느끼한 시선으로 저를 빤히 쳐다보다가
"예뻐, 너 -. 겁나 예쁘다고-" 라고 말하는 데,
완전 소오름.
그 남자,
그녀는 원래부터 그렇게 뻥을 잘 쳐댔습니다. 일생이 거. 짓. 말. 이었다고요.
저요, 저도 눈이란 게 멀쩡이 있습니다. 시력이 각각 좌 1.5, 우 1.2 씩이나 한다고요.
엄~청 선명하게 얼굴 자~알 봅니다. 저도 제 나름의 취향이라는 게 있고, 이상향이라는 게 있는 데.
쟤를 좋아하겠습니까? 보세요! 저 얼굴, 저 칠칠맞은 행동 하나하나. 흰 옷에 또 커피나 흘리고.
아, 저거 잘 지워지지도 않는데.
"야, 흘리지 좀 말고 먹어. 칠칠아."
"내 옷이야 멍청아!"
보셨죠? 저는요. 저렇게 바락바락 소리 지르는 여자 말고, 여성의 상징. 완전 여성 그 자체. 이상형으로 보자면... 신사임당! 그래! 신사임당 같은 분이 딱 제 이상형입니다.
그러니, 그녀에게 예쁘다는 말을 했을 리가 절대 없습니다.
그 여자,
절 좋아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그런 맘 품고 있었다니. 저것도 남자긴 남자인가 봅니다.
그러고 보니 어쩐지 안 하던 짓을 가끔 하긴 했었네.
쟤 밥 따윈 절대 양보도 안 하던 앤 데 밥도 두 숟가락이나 저한테 줬어요. 저 먹보가.
맞다! 어제 그 골뱅이도 그래. 분명 하나 남으면 양보 따위 하지도 않는 앤 데 안 먹었네.
대박. 쟤 진짜 저 좋아하나 봐요?
"아니라고!!!"
어머...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더니. 쟤 진짜 미쳤나 봐.
그동안 나 때문에 맘고생했네, 했어.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혼자 고백도 못하고 속앓이 하다가 어제 술김에 진심이 튀어나온 거네.
네? 좋아하냐고요? 아.. 니요? 아닌데요!!
그 남자,
술에 취하면 누구나다 실수를 합니다.
맘에 없는 말을 내뱉어 보기도 한다고요.
의도치 않게 제가 예쁘다 말했다 쳐요. 그게 왜 제가 쟤를 좋아한다는 이유 됩니까?
네? 그럼 그녀가 다른 남자를 만나도 괜찮겠냐고요?
.... 그, 그럼요!
그 여자,
제 진심이요? 쟤한테 진심이 어딨어요. 지내온 시간이 몇 년인데.
비밀로 해주신.. 다구요? 아니요. 그런 거 정말 없는데요..?
쟤가 절 좋아한다고 저도 쟤를 좋아하라는 이유는 없는 거잖아요.
그럼요! 얼마든지 다른 여자랑 연애하는 거 축복해 줄 수 있어요.
근데... 쟤는 여자들 많이 안 좋아해요. 낯을 얼마나 가리는데.
그럴... 껄요?
그 남자,
마지막으로 정확한 이상형이 어떻게 되냐고요?
솔직히 아까 말했던 신사임당 님도 존경하고 좋은데..
저는 그냥.... 예쁜 여자?
그 여자,
이상형이요, 이상형이야 많죠.
근데 그러면서도 보통 여자들, 많은 거 안 따져요.
저만 사랑해주면 됩니다.
예쁘다 말도 해주고.
그 남자,
끝난 건가요? 후, 제가 참 별의 별말을 했네요.
쓸 말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저 녀석, 실수 같은 거 잘 안 했죠?
아니, 걱정이라기보다.. 친구니까... 잘 했나 궁금해서
그 여자,
저... 진심이 뭐냐고 물으셨죠? 진짜 비밀이에요 특히 쟤한테는,
제가 많이 좋아해요. 그 녀석
오랫동안 좋아했어요. 한 오 년 되었나?
그래서 어제 그 녀석이 실수로 말한 걸 실수라 믿고 싶지 않았던 걸지도 몰라요.
어제 사실 술에 취해서 말하긴 했지만, 예쁘다 말해주니까 기분이 너무 좋아서...
제가 영상까지 찍어 두었거든요?
근데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어요.
실수라고 너무 확실하게 말해버릴까 봐.. 그냥 저만 간직해서 보려고요.
그러니까 절대 다른 여자 소개시켜주지 마세요.
그 말 들을 때 진짜 속상했어요, 저.
"야! 끝났음 가자."
"어? 어어어! 방금 한 말 진짜 비밀로 좀 부탁드릴게요. 먼저 일어날게요. 오늘 감사했습니다"
"야, 뭘 그렇게 소곤소곤 거리면서 말하냐?"
"내가 언제 그랬다고 그러냐? 빨리 가. 수업시간 다됐어"
"인터뷰는.. 야! 야! 저게 진짜... 뭐 저렇게 빨리 가? 쟤 인터뷰 잘 했나요? 뭐 사고 안쳤죠? 아니 그냥 좀 걱정되어서요. 친, 친구로서요! 암튼,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저도 먼저 가볼게요. 쟤 또 사고 치면 안 되어서. 안녕히 가세요."
그 남자,
"아.. 진짜 혼자 갔어 같이 가자니까. 얼굴만 예뻐가지고 맨날 걱정시켜 쪼끄만한게 정말. "
히죽히죽 G
어제 태양의 후예에서 유 대위님이 그랬는데, 자기 마음 들켜서 졌다고 생각지 말자고.
새로운 매거진 개설되었습니다.
매주 1개씩 업로드 예정입니다.
이번 매거진은 글 한 번 제대로 써보자는 취지로 제 나름의 다짐이 들어있는 매거진입니다.
대화체로 진행되는 글이고요. 음성지원이 되시면서 그 상황이 그려졌다면 성공적이긴 한데..
잘 될까.. 요?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그와 그녀의 인터뷰] 잘 부탁드릴게요!! (글이 미미하지만, 사랑해주세요 ㅠㅠ)
사진출처: 히죽히죽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