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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는 참 예쁘구나 Sep 19. 2016

나만 아는 이야기

그때 사실은

그 여자,

마지막으로 본 그의 표정, 말, 행동 모두 덤덤했어요.

'다음에 또 보면 되지.'라는 말이 아직까지 생각이 나요.

나는 정말 그를 보지 않으려 마음을 먹고 난 후였었는데,

그는 그런 저의 마음을 알아서 인지 몰라서 인지

다음에 또 보면 된다고 그렇게 말을 하더라고요.

그때만 생각하면 그 말이 그렇게 아파요.

돌아서는 그 사람 손을 붙잡고 모든 걸 다 말하고 싶었거든요.

내가 너를 많이 좋아해서 그게 너무 힘들다고.

그래서 옆에 있을 수가 없을 정도라고.

네 옆에 있는 그 여자와 너를 보면서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연기조차 이젠 더 이상 못하겠다고.


그 남자,

1년 365일.

일주일 중에 기본 5, 6일을 그렇게 매일 보던 얼굴이었어요.

보통날처럼 내 일상에 있는 당연한 사람.

가족은 아닌데 너무 편해서 가족 같았던 사람.

그럼에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런 사람.

그렇게 제 스스로 단정을 지었어요.

멀리 떠난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데도 전혀 불안하지 않았던 건

그렇게 쉽게 나를 떠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저의 안일한 행동이었을지도 몰라요.


근데 어느 순간 그 애가 매일 제 앞에 나타나는 게 두려워지기 시작했어요.

뭔가 이상하기도 했고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던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저 그녀가 날 떠날 것만 같아서 오히려 퉁명스럽게 말이 나왔어요.

어제 보지 않았냐고 왜 매일 만나자고 하냐면서.


마지막 같은 느낌.

정말 끝인 느낌.

서운하더라고요.

다신 날 찾지 않을 것 같은 사실이


그 여자,

그를 떠나기 일주일 전부터는

저 스스로 그를 보는 게 마지막이라고 단정 지었었기 때문에

그의 모습을 1초라도 더 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만큼 간절했기도 했고.

좋아한다. 그 말 한마디면 그 상황이 다 설명되기도 하고,

그 애에게도 이해가 될 수 있겠다 싶었는 데

말 못 했어요.

그 애가 다른 여자애를 보며 행복해했으니까.

내가 그 애와 함께하면서 알던 그 모습이 그녀 앞에서 더 특별해 보였으니까.

그 여자애보다 내가 더 못났다고 나 스스로 생각해 버렸으니까.

내가 졌으니까.


말없이 조용히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멍청하게도.


그 남자,

그 애가 떠나고 나서 연락이 오질 않았어요.

잘 지내고 있는 건지 잘 도착은 한 건지.

멀리 떠난 여행에서 무슨 일을 당한 건 아닌 건지.

걱정이 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는 데

그 녀석, 괘씸하게도 연락 한 번이 없었어요.


잘 지내겠지 싶다가도

궁금하니까,

친구니까,

그쯤은 연락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연락을 제가 먼저 했어요.

돌아가서 행복하냐고.


그 여자,

가족이 있는 그곳에서 스스로 파헤쳐버린 저의 자존감을 치유할 시간이 필요했어요.

편안하기도 했고 안심이 되기도 했고.

다른 생각은 아무것도 나질 않았고 그저 나 자신이 너무 불쌍했어요.

말 한마디 해보지도 못하고 보내버린 제 자신이 너무 싫고,

겁쟁이에, 소심한 성격에, 무섭고 그렇다고 잃기는 싫고,

그래도 매일 생각나고,

그럼에도 그에게 연락 한 번 하지 않을 만큼 독하고...

그 모든 게 저였어요.

그때의 저.

참 바보 멍청이 같은 저.


그러던 도중 그 애에게서 연락이 왔죠.

잘 지내냐고

돌아가니 좋으냐고.


다른 거 다 떠나서 행복하더라고요.

아, 이게 뭐라고.

그거 하나에 내가 웃고 있더라고요.

연락을 하지 않겠다는 마음 따윈 안중에 없었어요.

고민 따윈 하지 않고 답장을 해버렸으니.


그 남자,

잘 지낸다니 다행이었어요.

그래도 함께한 시간이 참 많았는 데

어찌 한 순간에 그 인연을 끊겠어요.

연락이 오는 걸 보니

제가 돌아가도 그녀를 만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참 다행이다. 싶더라고요.


그 여자,

다시 또 마음이 커졌죠.

원상태로.

처음 느꼈던 그 감정 그대로. 아니 좀 더 크게.


누군갈 좋아했던 그 느낌이 정말,

쉽게는 잊히지 않는 거 같아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렇게

또 한 번 제 마음이 가는 대로 행하고 있네요.


알아요, 바보 같은 거.

지금 이 상태로 고백 한 번 못해볼 거라는 것도 알아요.

근데 그와 더 함께 하고 싶었어요.

잊을 거지만 완전히 내 사람이 아닐 거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그에게 닿는 한 그와 함께한 시간을 소중히 하고 싶었어요.

그 마음뿐이었어요. 정말.




히죽히죽 G

참 고맙죠.

좋은 추억이 되었으니까.

참 특별한 마음인 거 같아요. 좋아한다는 게.

쉽게 가질 수 없는 참 소중한 마음이죠, 그게 :)ㅎ


사진출처: 히죽히죽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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