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무섭게 내린다. 창문에 들이치는 빗소리가 요란하다. 유리창에서 창틀을 타고 벽면을 흘러 건물 전체를 뒤흔든다. 멀리서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이내 소리는 점점 더 크고 또렷해진다. 이건 분명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고개를 몇 번 갸웃거리기도 전에 구급차가 코앞에 와 있다.
빈 들것을 들고 구조대가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든다. 곧이어 누군가를 실은 들것이 나오지만 얼굴은 우산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우산은 비도 막아주었지만 그보다 더 따가운 사람들의 시선도 막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