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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Mar 04. 2016

헤밍 웨이 <노인과 바다> - 오독의 시간

나만 몰랐던 노인과 바다이야기.....

오독의 시간이었다. 에밀 아자르의 <솔로몬 왕의 고뇌>를 읽으며 풍요로운 오독을 한 바 있다. 내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책을 읽을 수 있어서 기뻤다. 하지만 <노인과 바다>는 그렇지 않았다. 내가 하는 이 오독이 희망으로 보이는 허무한 것이어서 마음이 한없이 무거워졌다. 우리도 잊어버리고 다시... 미래도 잊어버리고 다시... 가질 수 없는 시간이 밀려들고 있다.


그의 모든 것은 늙어 있었다.
지금은 오직 한 가지만 생각할 때였다.
그는 '그것'을 위해 태어났으니까.


소년과 노인의 대화는 꼭 코맥 매카시 <로드>를 떠올리게 했다. 모든 과거가 바랐던 단 한 가지이다. 이 세상에 남겨질 미래의 영원함 또는 소멸 두 갈래가 하나인 듯하다. '불을 운반해야 돼. 네 안에 있어. 늘 거기 있었어. 너한테는 운이 따를 거야' 아버지가 아들에게 하는 마지막 말들, '겁을 먹게 된단다. 양키 스팀을 믿어야 해, 그 위대한 디마지오 선수를 떠올려봐라' 노인이 소년에게 하는 말들...

<노인과 바다>를 먼저 읽었다면 <로드>를 읽으며 헤밍웨이를 떠올렸을 테다. 그동안 헤밍웨이와 거리 뒀던 이유는 읽고 싶은 마음이 커지길 바랐고 또 다르게 와 닿았으면 싶었다. 가끔 그 시대의 작가들, 세계대전을 치른 작가들, 공군이었던 로맹 가리는 자신의 안의 고통은 가두고 타인의 고통을 관찰한다. 비행기 조종사였던 그 경험이 느껴지기도 했다. <스토너> 작가 존 윌리엄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조차도 타인이 되어버린 듯했다. 알다시피 헤밍웨이는 지상군이다. 어떤 경험이 그를 몰아갔을까...

헤밍웨이 1918년, 1944년

그는 새들을 불쌍히 여겼는데, 특히 작고 가냘픈 검은 제비갈매기가 그랬다. 갈매기들은 늘 날면서 먹이를 찾아다니지만 거의 찾지 못 했다. 그래서 그는 새들이 인간들보다 더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몸에 밴 피가 기억하고 있는 것들은 쉽게 잊히는 것이 아닌가 보다. 고통이 베인 것들은 뇌의 여러 부위에 각인되어서 시시때때로 불려오는지도 모른다. 인간이 잔인하게 한 마리의 개를 이유 없이 자동차에 매달고 끌고 가는 것을 보고 우리는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그 기억마저도 잊히지 않는데.. 하물며 그 전쟁터 속에 일어난 잔인한 경험의 기억들.... 우리는 감당할 수 있을까. 우리는 전해 듣지만 온전히 느낄 수 없다. 아주 조금만 머리로 이해할 뿐이라 미안할 정도다..

산티아고 할아버지가 떠올리는 것들, 바다에서의 기억, 몽둥이로 놈을 때릴 때, 달콤한 피 냄새, 갈고리와 작살이 불러오는 유혹, 아내의 유품들, 지어낸 이야기, 외로움, 살아있는 흔적, 신문, 맨발, 나이, 땅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냄새, 해변의 사자들, 새벽달, 사라질 것들, 하루 동안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것, 어둠이 가시지 않은 밖, 큰 우물, 먹이, 소년(미래)을 좋아하듯 사자들(죽음)을 사랑했다....

어찌하지 못하는 일들,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우리를 통째로 생의 통로에 들이운다. 그 미끼로 낚은 것은 무엇일까? 운이 없었을 뿐, 행운의 그날을 맞이하려 한다. 행운을 제때 잡을 준비.... 고통스럽더라도 눈이 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카뮈의 <이방인>이 떠오른다. 일말의 희망이라면 희망이었을 한순간... 뫼르소가 태양의 빛을 저지하기 위해 쏜 4발의 총성이 들리는 듯하다.

참치는 탄환 모양의 다부진 몸뚱이를 가지고 있었다.
노인은 참치의 머리 부분을 가볍게 한 대 때렸다.
발로 파닥거리는 참치를 그늘 밑을 향해 차 넣었다.


길 잃은 놈 잡기, 즐기듯 잡아먹기, 떠밀려온 것들은 펑 하고 밟힌다. 독은 빨리 퍼진다. 도살 한 후 심장은 몇 시간 동안이나 뛴다. 그들과 같은 손과 발... 불쾌한 맛, 신을 모욕한다. 그가 낚은 것은 커다란 지옥이다. 그 지옥을 갈기갈기 찢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신이 만든 가장 커다란 지옥... 살점 하나 남기지 않고 '그것'을 가지고 돌아온 그가 가장 위대할 뿐이다.


떠나면서 큰소리로 말하라 한다. 노래를 부르라 한다. 미래는 그에게서 평생 간직할 훌륭한 생존의 요령과 의지를 배우는 것이다. 지옥을 건져와 분해하고 희망을 나눈다. 사무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의 무대 위 한 그루의 나무는 모든 고통을 나누고 있다. 한 권의 책이다. 우리는 그 한 권의 책으로 행복과 불행을 공평히 나누고 있다. 지옥의 살점을 우리가 모두 뜯어먹은 것이다. 이제는 공평해졌는가...



# 헤밍웨이 '난 내가 죽을 때까지 너와 함께 있을 거야'


내가 알던 <노인과 바다>가 아니었다. 아래로, 아래로, 빨려 들어갔다. 엄청난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무거운 느낌은 커지기 시작하고 증가했다. 그것이 미끼를 충분히 먹기를 기다렸다. 작살로 내려칠 생각을 하는 노인의 모습은 헤밍웨이 그 자체였다. 노렸다. 끝장내기를. 이 세상에 남은, 길 잃은 지옥 끝을, 산산이 부서뜨릴 준비를 마친 사람이었다.

죽은 사람들을 위해서 또 미래에 희망을 둘 것이다. 또.... 그것이 깊이 잠수하고 죽어버려도 우리는 무언가를 계속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그 의미 무엇일까? 한 번도 보지 못한 그것의 실체를 우리는 알고 있는지 묻는다. 생존했던 그 실체는 계속해서 싸워왔다. 어떤 계획을 짜고 필사적이다. 한 세기를 영원히 끌지 못할 어리석은 실체다. 다시 증명할 때마다 그럴 때마다 지나간 일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다. 그 실체는 바로 세상 속의 짐승, 떼로 몰려올지도 모를 인간, 다시 태어날 인간..... 앞으로 뭘 할지 모르니 신에게 빌 건 하나뿐이다.

그가 생각하는 나머지는... 가장 슬픈 일이다. 가장 멋지기도 한 그 소멸이다. 한 점의 먼지로 깨끗이 지우는 것이다. 모두가 잠을 자면 꿈을 꿀 텐데 하고 생각한다. 그는 모든 사람들의 손이 미치지 않는 그곳까지 찾아가고야 만 것일까... 스스로 작가가 되지 말았어야 했다고 이런 계략을 꾸미지 말았어야 했다고 자신을 타박하기도 하는 듯했다. 살아있는 손(저항, 글쓰기)이 되라고... 우리가 먹어둔 지옥의 살점을 잊는다면 우리 손에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지금 얼마나 외로운지 깨달았을 누군가는 혼자라는 사실에 두려워한다. 곧 이 세상에서 누구도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우리는 계속 듣게 될 것이다. 해안에서는 태풍의 징조를 찾을 수 없다. 한 세기는 천천히 움직인다.


노인과 바다 (영화 속 장면)


더 이상 줄을 당길 수 없는 사실을 알았더라도
눈이 멀지 않도록....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오늘이 가기 전에 희망이 버려질 테다..


<마무리>
내가 읽은 것이 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였을까? <노인과 바다>는 죽지 않고 아주 오랫동안 살아남으리란 생각이 들었다.과거를 위한 기념비가 곧 책이었다. 헤밍웨이의 유서와도 같았다. 5살 어린아이부터 80세 노인이 공을 치는 삶이 그렇듯이 성경과 같이 이 책이 함께 할 것만 같다. 감기지 않은 푸른 두 눈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듯했다. 인간이 만든 지옥을 증오하고 그 지옥이 있는 한 자신이 끝까지 함께 있어 조롱하고 경멸하고 최후를 기다리겠다고 말하는 듯했다.

불행이다. 테러, 재난, 질병, 가난은 인류에게 평화가 없음을 다시 한번 상기 시킨다. 어떤 음모라도 있는지 묻고 싶다. 우리는 설국열차의 마지막 칸일까. 동등한 힘은 애초에 없었던 듯하다. 읽다가 중간쯤에 길을 잃었다. 모두가 일하러 가기 전에 끝내지 않기, 굳어지지 않기, 뻣뻣해지지 않기, 차가워지지 않기, 그러면 더 이상 무감각해 지지 않을 것이다. 고통의 단계를 넘어서 우리는 무감각해진다. 한 세기가 빨라지고 있다. 분노는 어디로 갈까..

바다가 노란 담요를 덮고, 누군가와 사랑을 나누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저물어 가는 노을에 황금빛으로 빛났다. 그 황금빛 후려쳤고 잠잠해진다... 그가 바란 것은 이것이었나? 고요해지는 것? 어쩔 땐 미래를 두고 자신이 애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나는 그가 마지막엔 꼭 희망을 보여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가 만든 희망을 보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이다.

하늘에서 첫 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별을 보았고, 곧 모든 별들이 나올 것이란 것을 알았다.

해나 달이나 별을 우리가 죽일 필요가 없다.
그저 바다에 의지해 살아가고, 그 바다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나의 진정한 형제를 죽이는 것만으로 충분해

고기를 죽인 건 죄인 지도 몰라. 나를 살린다 해도,
다른 사람들을 먹인다 해도 그건 분명 죄야.
그럼 모든 사람들이 다 죄인이야!

멕시코 만의 검은 물만큼 훌륭한 치료제가 또 없지.



<다시 또 마무리>
그는 속도를 늦추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라 한다. 위험과 좋은 점 있다 한다. 한 세기가 무거워지고 많은 줄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잡아야 할 그놈은 여태까지 없었던 굉장한 속력을 낼 테고 우리의 고통은 연장된다. 우리는 다시 또 그 살 점을 뜯어먹고 기운을 차릴지도 모른다. 형벌은 아무것도 아니다. 맞서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한다.

자신은 이제 잠을 좀 자고 싶다고... 한숨도 못 잤다고 말한다. 눈 감을 수 없다고 말한다.... 서로 뜯어먹는 전쟁, 우리의 살점을 뜯어먹는 그 고단한 전쟁을 마치고 가벼워진 한 세기를 마치고 무사히 넘겨야 한다. 이제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 소금이 생겨나도록... 구역질 나지 않도록... 숫돌을 챙겨라 한다. 잠잠해진 때가 기회다. "일을 하려면 연필이 필요할 거야. 오른손은 그런 형벌에 익숙해졌어. 굳은살에 닿도록 덜 베이지 않도록..." 그가 바라던 미래는 잘 할 수 있을까? 두려움 없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이런 고통 따위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라..

그는 그 살점을 먹어 힘을 얻어 글을 썼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먹어치우고 썼다. 싸움을 시작했다. 그의 줄은 여기에 지금 우리에게 닿아있다. 이 줄이 끊어지지도 않도록 단단히 그의 손에 어깨에 둘러져 있다. 그는 힘껏 잡고 있다. 우리가 멀리 가든 뛰어오르든 단단히 붙잡고 있다.. 오래전에 이미 준비해 두었던 작살... 이번에 끝장낼 수 있기를... 나를 위해 견뎌라. 바로 지금이야.

누가 죽고 죽이든 상관하지 않겠다면... 정신이 흐릿해진 것이다. 정신을 맑게 유지하라. 어떻게 고통을 견뎌내야 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고기답게... 그는 너무 멀리 온 것을 미안해한다. 마놀린처럼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는 우리에게 괜찮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자신도 그러했다고 말한다. 잠든 자들은 방향을 잃지 않고 빈 배를 여기까지 끌고 왔다. 우리도 그들처럼 끌고 가야 한다. 나의 마놀린을 위하여....

(희망은 거의 없었지만....)
희망을 버린다는 건 정말 어리석은 일이야. 어리석은 걸 넘어서 그건 죄악이야
죄에 대해서는 더 깊게 생각하지 말자.
고기잡이는 나를 살아있게 하지만, 또 그만큼 날 죽이지. 하지만 그 아이는 날 살아있게 해.
날은 날카로워야 해. 날카롭게 담금질을 하지 않으면 금방 부러져버릴 거야.
(다시는 더 이상 싸우는 일이 없길 바래. 정말로 싸우는 일이 다시는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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